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 송진권 *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 송진권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 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찰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뜨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리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 좋아하는 詩 2017.09.07
어제 - 천양희 * 어제 - 천양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 좋아하는 詩 2017.09.06
옛일 - 박성우 * 옛일 - 박성우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 * 박성우시집[자두나무 정류.. 좋아하는 詩 2017.09.05
처서 - 장석남 * 처서 - 정끝별 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 사람 단 한 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 * 정끝별시집[와락]-창비 * .. 좋아하는 詩 2017.08.2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 좋아하는 詩 2017.08.17
저지르는 비 - 신용목 * 저지르는 비 - 신용목 울음 속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 슬픔은 눈물을 흘려보낸다 이렇게 깊다 내가 저지른 바다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편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와서 물그림자 위로 희미하게 묻어오는 빛들을 마른 수건으로 가만히 돌려 닦으면 몸의 바닥을 바글바글 기.. 좋아하는 詩 2017.08.11
지금 여기에 - 김형영 * 지금 여기에 - 김형영 아침 산책길 새들의 노래, 몸도 마음도 깨어 문득 허공을 날고 싶다. 만나는 사람 없어 말을 건넬 순 없지만 아침 새들의 노래는 허공보다 멀리 조잘조잘 날아간다. 시계 따라 살다 보니 숨어 있는 기쁨 다들 모르겠지. 마음껏 혼자 심호흡하는 아침이면 행복이 지.. 좋아하는 詩 2017.08.05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좋아하는 詩 2017.07.10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 체로키 인디언의 노래 -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우리 곁에 왔네 그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따뜻한 하늘의 바람이 그의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의 모카신 신발이 여기저기.. 좋아하는 詩 2017.07.10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 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 좋아하는 詩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