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좋아하는 詩 2009.04.10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 강그라 가르추 - 정끝별 한밤을 가자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밤을 맨발로 달려가자 모든 죄를 싣고 검은 야크의 눈에 서른 개의 달을 싣고 강그라 가르추를 가자 가다 갇히면 덧창문 안으로 강된장 끓이며 몇 날 며칠 오랜 슬픔에 씨앗만 해진 두 입술로 뭉쳐진 밥알을 나누며 숨죽이.. 좋아하는 詩 2009.04.10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 도화 아래 잠들다 -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 좋아하는 詩 2009.04.10
춘분지나 - 정끝별 * 춘분지나 - 정끝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달려간다 너도 달려간다 봄이라잖니! 나를 빠져나와 달려가는 바보야, 바다를 빠져나온 강이 처음 바다로 달려가잖니, 새도 처음 둥지로 달려가잖니! 박차고 달려가기만 하는 철부지야, 아침 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잠망 경처럼 불쑥불쑥 되돌아오.. 좋아하는 詩 2009.04.10
세상의 등뼈 - 정끝별 * 세상의 등뼈 -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 좋아하는 詩 2009.04.10
별에게 묻다 - 고두현 * 별에게 묻다 -고두현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 번 피고 지는 .. 좋아하는 詩 2009.04.09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좋아하는 詩 2009.04.09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 좋아하는 詩 2009.04.09
조춘(早春) - 정인보 * 이른 봄 - 정인보 그럴사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개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 좋아하는 詩 2009.04.07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번역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 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 좋아하는 詩 200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