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 김종제 * 얼레지 - 김종제 당신, 심산유곡의 몸에서 수줍은 꽃 피었네 산그늘 아래 칠년을 기다렸으니 보라색 문을 열어젖히고 캄캄한 계곡을 보여주었네 어둠 속 저 동굴로 성큼 한 발 내디디면 깊은 못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네 씨앗을 내리는 일이네 열매를 맺고 죽는 일이네 얼레지, 마주 보는.. 좋아하는 詩 2009.04.17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 원성스님 *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 원성스님 찬 겨울 잎 떨군 나뭇가지에 걸린 달빛과 긴긴 겨울을 견뎌내더니만 이내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꽃 그림자 나리운 하루가 열려 이제 함박웃음을 띤 내게도 어서 깨어라 한다 퍼붓는 창공의 햇살과 성근 꽃망울의 노랫소리에 절로 겨워 춤사위 훨훨 새.. 좋아하는 詩 2009.04.16
개화(開花) - 이호우 * 개화 (開花) -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 좋아하는 詩 2009.04.15
임이여 나와 가자오 - 이호우 * 임이여 나와 가자오 - 이호우 남향 따스한 뜰에 꽃이랑 과일 심어 두고 강섶 풀밭에 오리도 기르면서 오로지 너로만 한 폭 그림같이 살자오 원두막에 달이 오면 노래도 불러보고 벌레 우는 밤은 추억도 되새기며 외롬이 싸주는 정에 담뿍 취해도 보자오 찔레꽃 흰 언덕에 벌꿀이 익을 때.. 좋아하는 詩 2009.04.15
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 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려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 달밤 낙동강 빈 나.. 좋아하는 詩 2009.04.15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태주 *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태주 *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변방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외곽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산을 한 채 비춰보고 겨울 흰.. 좋아하는 詩 2009.04.14
게으름 연습 - 나태주 * 게으름 연습 - 나태주 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 좋아하는 詩 2009.04.14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 나태주 *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 나태주 옆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그대 숨소리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굳이 이름을 말씀해 주실 것도 없습니다 주소도 알려주실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굳이 나의 이름을 알려하지를 마십시오 주소를 묻지도 마십시오 이름 없이 주소 없이 이.. 좋아하는 詩 2009.04.14
개심사 - 나태주 * 개심사(開心寺) - 나태주 풀섶길 쪼보장한 비탈길 이마에 솟는 소금물도 가끔씩 훔쳐내며 찾아갔더니 산은 제 어여쁜 가슴 복판을 수줍게 열어 절 한 채를 불러 앉히고 절집 앞 연못도 하나 만들어놓고 그 앞에 배롱나무 실하게 키워 커다란 꽃등을 밝혀 하늘을 받들고 있었다 왜 그랬을.. 좋아하는 詩 2009.04.14
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 그랙 맥도널드 * 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 그랙 맥도널드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 좋아하는 詩 20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