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 좋아하는 詩 2009.05.11
모든 기차는 바다로 가고 있다 - 정일근 * 모든 기차는 바다로 가고 있다 - 정일근 호남선 철길이 익산역에서 슬그머니 남쪽바다로 전라선을 풀어 놓는 것은 그건 기차가 바다를 그리워해서이다 호남들판 동서로 가로질러갈 때 지평선 바라보며 입 꾹 다문 기차가 임실 남원 곡성 구례 지나며 기적소리 점점 요란해지는 것은 그.. 좋아하는 詩 2009.05.11
산 - 함민복 * 산 -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 좋아하는 詩 2009.05.09
그리움에게 - 곽재구 * 그리움에게 - 곽재구 그대에게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 전라선, 지나치는 시골역마다 겨울은 은빛 꿈으로 펄럭이고 성에가 낀 차창에 볼을 부비며 나는 오늘 아침 용접공인 동생녀석이 마련해준 때묻은 만원권 지폐 한 장을 생각했다 가슴의 뜨거움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오래 생각해야 .. 좋아하는 詩 2009.05.08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 좋아하는 詩 2009.05.06
희망 - 노천명 * 희망 - 노천명 꽃술이 바람에 고갯짓하고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그대가 오신다는 기별만 같아 치맛자락 풀덤불에 긁히며 그대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내 남자에 산호(珊瑚)잠 하나 못 꽂고 실안개 도는 갑사치마도 못 걸친 채 그대 황홀히 나를 맞아주겠거니ㅡ 오신다는 길가에 나왔습.. 좋아하는 詩 2009.05.06
오월 - 피천득 *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좋아하는 詩 2009.05.06
소곡(小曲) - 박재삼 * 소곡(小曲) - 박재삼 먼 나라로 갈까나 가서는 허기(虛飢)져 콧노래나 부를까나 이왕 억울한 판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더 서러운 일을 뼈에 차도록 당하고 살까나 고향의 뒷골목 돌담 사이 풀잎모양 할 수 없이 솟아서는 남의 손에 뽑힐 듯이 뽑힐 듯이 나는 살까나 * 소곡(小曲) - .. 좋아하는 詩 2009.05.05
간이역 - 김선우 *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다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 좋아하는 詩 2009.05.01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세상에 소음 보태지 않은 울음소리 웃음소리 그 흔한 날개짓 소리조차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뿔도 침도 한 칸 집도 모래 무덤조차도 배추흰나비 초록 애벌레 배추잎 먹고 배추흰나비 되었다가 자기를 먹인 몸의 내음 기억하고 돌아오는 모.. 좋아하는 詩 200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