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를 갈며 - 함민복 * 전구를 갈며 - 함민복 잠시 빛을 뽑고 다섯 손가락으로 어둠을 돌려 삼십 촉 전구를 육십 촉으로 갈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는 더 밝게 못 박히고 십자가는 삼십 촉만큼 더 확실히 벽에 못 박힌다 시계는 더 잘 보이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고 의자는 그대로 선 채 앉아 있으며 .. 좋아하는 詩 2009.05.18
긍정적인 밥 - 함민복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좋아하는 詩 2009.05.18
매미 - 고영조 * 매미 - 고영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 좋아하는 詩 2009.05.17
백록담 - 정지용 * 백록담(白鹿潭) - 정지용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좋아하는 詩 2009.05.16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 고두현 * 부석사 봄밤 - 고두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가만히 손 대고 눈 감다가 일천이백 년 전 석등이 저 혼자 타오르는 모습 보았습니다 하필 여기까지 와서 실낱같은 빛 한줄기 약간 비켜선 채 제 몸 사르는 것이 그토록 오래 불씨 보듬고 바위 속 비추던 석등 잎 다 떨구고 대궁만 남은 당신의 .. 좋아하는 詩 2009.05.15
의자 (倚子) - 조병화 * 의자(椅子) - 조병화 1 그 자릴 비워주세요 누가 오십니까 [네] 그 자릴 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가 오십니까 [네] 그 자릴 비워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오십니까 [네] 2 그렇습니다 이 자린 저의 자린 아니오나 아무런 생각 없이 잠시 있는 자리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게 하여 주십시오 그.. 좋아하는 詩 2009.05.14
연꽃 핀 날 - 원성스님 * 연꽃 핀 날 - 원성스님 연꽃이 피었습니다 하늘의 정성과 땅의 인연으로 어둔 진흙을 딛고 일어나 꽃잎을 틔웠습니다 님께 드리워질 꽃의 향그러움과 꽃분은 순풍을 따라 허공에 흩어지고 노송에 걸린 햇살 꽃숲을 비추어 온몸엔 붉고 푸른 그림다 무늬지워요 이른 아침 맑은 이슬 담아.. 좋아하는 詩 2009.05.13
어떤 그리움 - 원성스님 * 어떤 그리움 - 원성스님 '보고 싶다' 진실로 그렇게 마음 깊이 가슴 싸 하게 느껴 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으시겠지요 앞으로도 없으시겠지요 하늘을 보고 허공을 보다가 누군가가 보고 싶어 그냥 굵은 눈물 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뚝 떨어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으시겠지요 없으실 .. 좋아하는 詩 2009.05.13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 좋아하는 詩 2009.05.13
내 젊음의 초상 - 헤르만 헤세 * 내 젊음의 초상 -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그 길을 두번 다시 .. 좋아하는 詩 200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