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 김선우 *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 김선우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 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 좋아하는 詩 2009.05.01
낙화, 첫사랑 - 김선우 *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 좋아하는 詩 2009.05.01
사랑은 사랑의 부족(不足)입니다 - 고은 * 사랑은 사랑의 부족(不足)입니다 - 고은 5월이었습니다 그다음 6월이었습니다 석곡대 석곡 꽃송이 피어왔습니다 더 가노라면 잔 어수리 흰 꽃들 피어왔다 피어갔습니다 이런 날인데요 해설피 바람 을스산스럽습니다 이제야 가만가만 알아버렸습니다 세상은 세상의 부족(不足)입니다 사.. 좋아하는 詩 2009.04.30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 좋아하는 詩 2009.04.30
아, 이게 뭐냐구요 - 황지우 * 아, 이게 뭐냐구요 -'전화 이야기'풍으로 - 황지우 절망의 시한폭탄은 아니구요. 디 임파서블 드림예요. 가방이죠. 열어보라구요. 그러죠, 뭐. 사건은 없어요. 아, 이게 뭐냐구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죠. 아편은 아니구요. 온건하지요. 다른 저의는 없어요, 필독서예요. 은유가 전혀 없구.. 좋아하는 詩 2009.04.30
보석달 - 이정록 * 보석달 - 이정록 식 올린지 이 년 삼 개월 만에 결혼 패물을 판다 내 반지와 아내의 알반지 하나는 돈이 되지 않아 남기기로 한다 다행이다 이놈들마저 순금으로 장만했다면 흔적은 간데 없고 추억만으로 서글플 텐데 외출해도 이제 집 걱정 덜 되겠다며 아내는 부재와 평온을 혼돈하는 .. 좋아하는 詩 2009.04.29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 이정록 *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 이정록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 쪼가리를 숨겨오다 북측 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서 이게 뭔 꼬락서닌가 콩당콩당 분단 반세기보다도 길다 "시인이십.. 좋아하는 詩 2009.04.29
의자 - 이정록 *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 좋아하는 詩 2009.04.29
대통밥 - 이정록 * 대통밥 - 이정록 화살도 싫고 창도 싫다 마디마디 밥 한 그릇 품기까지 수 천년을 비워왔다 합죽선도 싫고 죽부인도 싫다 모든 열매들에게 물어봐라 지가 세상의 허기를 어루만지는 밥이라고 으스대리니 이제 더는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 땔감도 못되는 빈 몸뚱어리가 밥그릇이 되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4.29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 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었 습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 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 입니다마는, 그러나.. 좋아하는 詩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