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항가새꽃 - 유치환

효림♡ 2008. 7. 29. 09:16

* 항가새꽃 - 유치환 

 

어느 그린 이 있어 이같이 호젓이 살 수 있으니 항가새꽃

여기도 좋으이 항가새꽃 되어 항가새꽃

생각으로 살기엔 내 여기도 좋으이

하 세월 가도 하늘 건너는 먼 솔바람 소리도 내려오지 않는 빈

골짜기

어느 적 생긴 오솔길 있어도 옛같이 인기척 멀어

멧새 와서 인사 없이 빠알간 지뤼씨 쪼다 가고

옆엣 덤불에 숨어 풀벌레 두고두고 시름없이 울다 말 뿐

스며오듯 산그늘 기어내리면 아득히 외론 대로 밤이 눈감고 오고

그 외롬 벗겨지면 다시 무한 겨운 하루가 있는 곳

그대 그린 항가새꽃 되어 항가새꽃 생각으로 살기엔 여기도 즐거웁거니

아아 날에 날마다 다소곳이 늘어만 가는

항가새꽃 항가새꽃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레의 별 - 류시화  (0) 2008.08.06
한 잎의 여자 1~3 - 오규원  (0) 2008.07.31
젊은 하루 - 유달영  (0) 2008.07.28
애너벨 리 - 에드가 앨런 포  (0) 2008.07.21
낡은 집 - 이용악  (0)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