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따뜻한 얼음 - 박남준

효림♡ 2008. 11. 20. 08:52

*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서정주  (0) 2008.11.26
겨울강 - 박남철  (0) 2008.11.20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0) 2008.11.19
流謫 (유적) - 조용미  (0) 2008.11.18
즐거운 편지 - 황동규  (0) 200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