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설날 아침에 - 김종길

효림♡ 2009. 1. 1. 01:13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歲)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에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물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닥불 - 백석  (0) 2009.01.13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0) 2009.01.13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0) 2009.01.01
오늘을 보내면서 - 최다원  (0) 2008.12.31
노숙 - 김사인  (0) 200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