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정지용 시 모음

효림♡ 2013. 7. 22. 08:30

*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老主人의 腸壁에

無時로 忍冬 삼긴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여

무가 순돋아 파릇 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風雪소리에 잠착 하다.

 

山中에 冊曆도 없이

三冬이 하이얗다.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 유리창 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

 

* 홍역(紅疫)  

石炭 속에서 피여 나오는

太古然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十二月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琉璃도 빛나지 않고

窓帳도 깊이 나리운 대로ㅡ

門에 열쇠가 끼인 대로ㅡ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紅疫이 躑躅처럼 爛熳하다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 별

누어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ㅡ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金실로 잇은듯 가깝기도 하고,

잠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였보노나.

불현 듯, 소사나 듯,
불리울 듯, 맞어드릴 듯,

문득, 령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일는 悔恨에 피여오른다.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 故鄕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 구성동(九城洞)  
골작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

 

* 귀로(歸路) 

鋪道로 나리는 밤안개에

어깨가 저윽이 무거웁다.

 

이마에 觸하는 쌍그란 季節의 입술

거리에 燈불이 함폭! 눈물 겹구나.

 

제비도 가고 薔蘼도 숨고

마음은 안으로 喪章을 차다.

 

걸음은 절로 디딜데 드디는 三十 적 分別

咏嘆도 아닌 不吉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

 

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

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寂寞한 習慣이여!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ㅡ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길 위ㅡ
나ㅡ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 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

 

* 장수산(長壽山) 1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름드리 큰 솔이 베어짐 직도 하이.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 직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멧새도 울지 않아 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종이보다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다려 흰 뜻은 한밤 이 골을 걸음이련가? 웃절 중이 여섯 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가?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 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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