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사투리 시 모음 4

효림♡ 2013. 7. 18. 17:01

*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 이재무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소문난 악동들 따라 나도 소쿠리에 된장주머니 달아놓고 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

미역 즐기다 해거름 출출해지면 소쿠리 건져 올린다 된장주머니 둘레에 새까맣게 민물새우떼가 매달려 있다 그걸 담은

주전자가 제법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오다 남의 집 담장 위 더운 땀 흘리는 앳된 애호박 푸른 웃음 꼭지 비틀어 딴 후

사립에 들어선다 막 밭일 마치고 돌아와 뜰팡에서 몸에 묻은 흙먼지 맨수건으로 터는 엄니는, 한 손에 든 주전자와

또 한 손에 든 애호박 담긴 소쿠리 번갈아 바라보다가 지청구 한마디 빼지 않는다 "저런 호로자식을 봤나, 싹수 노란 것이

애시당초 큰일 하긴 글렀다, 간뎅이 부어도 유만부동이지 남의 농사 집어오면 워찍한다냐 워찍하길" 그런데도 얼굴 표정

켜놓은 박속 같다 아들은 눈치가 빠르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서리는 계속된다 된장 밝히다 죽은 새우는 애호박과 함께

된장국에 끓여져 식구들 입맛 돋우곤 하였다 그런 날 할머니의 트림 소리는 냇둑 너머까지 들리고 달은 우물 옆

팽나무 가지 휘청하도록 크게 열렸다 *

 

* 김 기사 그놈 - 이봉환 

여보씨요잉 나 세동 부녀 회장인디라잉 이번 구월 열이튿날 우리 부락 부녀 회원들이 관광을 갈라고 그란디요잉 야? 야, 야, 아 그라제라잉 긍께, 긍께, 그랑께 젤 존 놈으로 날짜에 맞춰서 좀 보내주씨요잉 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좋다고라? 앗따, 그래도 우리가 볼 때는 이놈하고 저놈이 솔찬히 다르등마 그라네 야, 야, 그랑께 하는 말이지라 아니, 아니, 그놈 말고, 아따, 그때 그 머시냐 작년에 갔든… 글제라 잉 맞어 그놈, 김 기사 그놈으로 해서 쫌 보내주랑께 잉, 잉, 그놈이 영 싹싹하고 인사성도 밝고 노래도 잘 하고 어른들 비우도 잘 맞추고 글등마 낯바닥도 훤하고 말이요 아, 늙은 할망구들도 젊고 이삐고 거시기한 놈이 좋제라잉 차차차, 관광차 타고 놀러갈 것인디 안 그요? 야, 야, 그렇게 알고 이만 전화 끊으요, 잉?

* 장날 - 고재종 

바구니를 이고 새벽길 떠난 어머니는 들지름 한 접시 다 타도록 돌아오지 않는데 멀리 이리목에선 여시가 울고

썩은 고구마 몇 개와 싱건지 한 사발로 동생들은 깊은 허기를 서로 다투던 날

 

싸래기눈 치는 소리 아득한 봉창가에 귀를 대이고 할매는 자꾸만 사위어 가는 화롯불을 다독이고 그때쯤이면 서울로 내뺀

누나와 군인 간 성 그리고 강원도 어디 탄광으로 갔다는 뜨네기 아버지가 원망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천장무뉘에 어리었다

 

뒤란 대밭 속에서 속절없는 살가지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라 동생들은 고랑내 나는 이불 속으로 숨어 끝내 잠들고 그러고나면

쪽문짝 문풍지는 꼭이 무슨 아홉 뿔 달린 귀신처럼 어찌 그리 울어예던지

 

마침내 동구 밖 개 짖는 소리 귀청 가득 생생할 쯤, 마지막 불씨 몇 개 남은 화롯불 다독이면 시퍼렇게 얼은 간난이를 업고

어머니는 그때사 보리쌀 두어 됫박의 눈발 쓴 보따리를 시커먼 마루청에 터엉 부리시곤 하던 날 *

 

* 상강(霜降) - 박경희

낼모레면 칠십 넘어 벼랑길인디

무슨 운전면허여 읍내 가는디 허가증이 필요헌가

당최 하지 말어 저승 코앞에 두고 빨리 가고 싶은감?

어째 할멈은 다른 할매들 안 하는 짓을 하고 그랴

워디 읍내에 서방 둔 것도 아니고 왜 말년에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여

 

오 개월 걸려 딴 운전면허증에

한 해 농사 품삯으로 산 중고차 끌고 읍내 나갔던 할매

후진하다 또랑에 빠진 차 붙들고

오매, 오매 소리에 초상 치르는 줄 알고 달려왔던 할배

그리 말 안 듣더니 일낼 줄 알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풀린 다리 주저앉히고 다행이여, 다행이여

혼잣말에 까딱까딱 해 꺼진다 *

 

* 우이도 편지 - 곽재구 

어무니 가을이 왔는디요
뒤란 치자꽃초롱 흔드는 바람 실할텐디요
바다에는 젖새우들 찔룩찔룩 뛰놀기 시작했구먼요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그물코에 수북한 달빛 환장하게 고와서요
헛심 쪼개 못 쓰고 고만 바다에 빠졌구만요
허리 구부러진 젖새우들 동무 삼아
여섯 물 달빛 속 개구락지헤엄 치는디
오메 이렇게 좋은 세상 있다는 거 첨 알았구만요
어무니 시방도 면소 순사 자전거 앞에 서면
소금쟁이 걸음처럼 가슴이 폴짝 뛰는가요
출장 나온 수협 아재 붙들고
아직도 공판장 벽보판에 내 사진
붙었냐고 해으름까지 우는가요
어무니 추석이 낼 모렌디요
숯막골 다랑치논 산두빛 익어 고울텐디요
호박잎 싼 뜨신 밥 한 그릇 차마 그리운디요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일뿐으로
가막소에 가고 지명수배를 받던 세상
부끄러워할 날 올 것이구만요
어무니 낼 모레면 추석인디요
반월과 구로동 나간 동생들 다 돌아올텐디요
봉당 흙마루 걸터앉아 송편도 빚고 옛이야기 빚노라면
달빛은 하마 어무니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일텐디요.

 

* 말복(末伏) - 박경희

계모임에서 옻닭 먹고 온 엄니 밭머리에서 게트림 길게 하고 연거푸 이를 세 번 닦았다는데, 옻 안타는 엄니 옻 잘 타는 아부지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멀찌감치 떨어져 다니던 엄니가 뒷간 들어갔다 나온 뒤, 아부지 들어가고 똥김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 위에 쭈그려 앉았다고, 밤새 간지러움에 뒤척이다가, 자 어매 여 좀 봐봐 엉덩이 까 보여주자 거시기며 엉덩이가 벌겋게 오돌도돌 옻이 올랐다고, 니미 어떤 인간이 옻닭 처먹었느냐고 똥을 싸도 날 지나 싸지 왜 내 앞에 싸고 지랄이냐고, 옻 똥김 지대로 맞았다고 사흘 밤낮 벅벅 긁다가 세 들어 사는 집 구석구석 살폈다는데 수시로 빤쓰 속에 손 드나드는 통에 동네 아낙 여럿 낯 붉어졌다는데 한동안 대숲 뒷길로만 다녔다는데, 말도 못하고 쥐 죽은 듯 몸 사리며 가끔 아부지 빤쓰에 손 집어넣고 원하는 곳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엄니

 

* 밥과 쓰레기 - 이대흠
날 지난 우유를 보며 머뭇거리는 어머니에게
버려부씨요! 나는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과자를 모으면서
멤생이 갖다줘사 쓰겄다
갈치 살 좀 봐라, 갱아지 있으먼 잘 묵겄다
우유는 디아지 줬으면 쓰것다마는
신 짐치들은 모태갖고 뙤작뙤작 지져사 쓰겄다

어머니의 말 사이사이 내가 했던 말은
버려부씨요!
단 한마디

아이가 남긴 밥과 식은 밥 한 덩이를
미역국에 말아 후루룩 드시는 어머니

무다라 버려야,
이녁 식구가 묵던 것인디

아따 버려불제는,
하다가 문득......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 별밤 - 이하석  

  평생 밭일해온 어머니를 오랜만에 찾은 시인이 하늘 보며 "와, 여긴 별들이 많네요!" 하자, 어머니는 "시인이 어째 그 정도밖에 안 돼? 적어도 이쯤은 말해야지"라며 목소리를 챙긴다. "아이고 무시라, 별밭이네!" *

 

* 수박끼리 - 이응인 
   수박이 왔어요 달고 맛있는 수박
   김씨 아저씨 1톤 트럭 짐칸에 실린 수박
   저들끼리 하는 말


  형님아 밑에 있으이 무겁제, 미안하다. 괘안타, 그나 저나 제값에 팔리야 될낀데. 내사 똥값에 팔리는 거 싫타.

내 벌건 속 알아주는 사람 있을 끼다 그자. 그래도 형님아 헤어지마 보고 싶을끼다. 간지럽다 코 좀 고만 문대라.

그래 우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는 기라.


  털털거리면서 저들끼리 얼굴을 부비는 수박들. *

 

* 으째사 쓰까 -진도 아리랑 13 - 박상률  

저절로 식기엔

너무나 속이 끓는다

돼지 치라 해서

열두 달 길렀더니

새끼 돼지값 그대로고

마늘 심어라 파 심어라

하라면 하란 대로

허리 꺾고 고개 숙여

손으로 부지런떨었으나

손품값도 안 나오고 그냥

쟁기로

갈아엎으게 생겼다

으째사 쓰까

으째사 쓰까

걸핏하면 구십년대 이천년대

들먹거리는데

참는 데도 한도가 있제

우리 것 갖다 팔지는 못하는지

외국 것은

잘도 실어 오면서

구기자 뿌리처럼

질기지 못했으면

살아남지 못하겠어. * 

 

* 고향길 - 이종문  

내 고향 사투리는 울퉁불퉁 자갈밭길,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자갈밭길

 

문디야, 가시나들아, 누가 자바 뭉나.....

 

* 월부 장수 - 김사인 
진눈깨비는 허천나게 쏟아지고
니미
욕만 나오고
어디로 갈까
평촌을 거쳐 옥동으로 가볼까

코흘리개 새끼들이 아슴아슴 눈앞에 밟혀오는데
즈어매는 이제쯤 돌아왔을지

빈 속에 들이부은 막걸리 몇 잔에
실없이 웃음만 헤퍼지누나

어디로 가서
몇 개 남은 밥솥을 마저 멕이나

바람은 바짓자락을 붙잡고 핑핑 울어쌓는데
저무는 길가에 철 놓친 수레국화 몇 송이
꺼츨하게 종아리 걷었네

* 예천(醴泉) - 안도현 

있잖니껴, 우리나라에서 제일 물이 맑은 곳이

어덴지 아니껴? 바로 여기 예천잇시더.

물이 글쿠로 맑다는 거를 어예 아는지 아니껴?

저러쿠러 순한 예천 사람들 눈 좀 들이다보소.

사람도 짐승도 벌개이도 땅도 나무도 풀도 허공도

마카 맑은 까닭이 다 물이 맑아서 그렇니더.

어매가 나물 씻고 아부지가 삽을 씻는 저녁이면

별들이 예천의 우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카대요.

우물이 뭐이껴? 대지의 눈동자 아이껴?

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 *

* 안도현시집[북항]-문학동네 

 

* 우짜노 - 최영철  

어, 비 오네

자꾸 비 오면

꽃들은 우째 숨쉬노

 

젖은 눈 말리지 못해

퉁퉁 부어오른 잎

자꾸 천둥 번개 치면

새들은 우째 날겠노

 

노점 무 당근 팔던 자리

흥건히 고인 흙탕물

몸 간지러운 햇빛

우째 기지개 펴겠노

 

공차기하던 아이들 숨고

골대만 꿋꿋이 선 운동장

바람은 저 빗줄기 뚫고

우째 먼길 가겠노


* 한 수 위 - 복효근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먼 자꼬 만지지 마씨요
ㅡ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먼 소리다요 요 웃도리가 작년에 유행하던 기진디 우리 여펜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소
물도 안 빠지고 늘어나도 않고
요거 보씨요 백화점에 납품허던 상푠디
요즘 겡기가 안 좋아 이월 상품이라고 여그 나왔다요
헹편이 안 되먼 깎아달란 말이나 허제
안즉 해장 마수걸이도 못 했는디
넘 장사판에 기지가 좋네 안 좋네 어쩌네
구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 허들 말고
어서 가씨요
ㅡ뭐 내가 돈이 없어 그러간디 나도 돈 있어라
요까이 껏이 허면 얼마나 헌다고 괄시는 괄시오
마 넌인디 산다먼 내 팔처 넌에 주지라 할매 차비는 빼드리께
뿌시럭거리며 괴춤에서 돈을 꺼내 할매 펴 보이는 돈이
천 원짜리 구지폐 여섯 장이다
―애개개 어쩐다요
됐소 고거라도 주고 가씨오 마수걸이라 밑지고 준 줄이나 아씨요 잉
못 이긴 척 배시시 웃는 할배와
또 수줍게 웃고 돌아서는 할매
둘 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다 *

-기지 -옷감,천

* 복효근시집[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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