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不亦快哉行 -茶山 丁若鏞
1.
跨月蒸淋積穢氛 - 과월증림적예분
四肢無力度朝曛 - 사지무력도조훈
新秋碧落澄寥廓 - 신추벽락징요확
端軸都無一點雲 - 단축도무일점운
不亦快哉
*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달포 넘어 찌는 장마 퀴퀴한 냄새
아침저녁 사지가 맥없이 노곤터니
초가을 푸른 하늘 맑고 더 넓어
해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없어졌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2.
疊石橫堤碧澗隈 - 첩석횡제벽간외
盈盈滀水鬱盤迴 - 영영축수울반회
長鑱起作囊沙决 - 장참기작낭사결
澎湃奔流勢若雷 - 팽배분류세약뇌
不亦快哉
산골짝 푸른 시내 흙과 돌이 가로막아
가득히 고인 물이 막혀서 돌아들 때
긴 삽 들고 일어나서 일시에 터뜨리니
우뢰처럼 소리치며 쏜살같이 흘러간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3.
蒼鷹鎖翮困長饑 - 창응쇄핵곤장기
林末毰毸倦却歸 - 임말배시권각귀
好就朔風初解緤 - 호취삭풍초해설
碧天如水盡情飛 - 벽천여수진정비
不亦快哉
푸른 매 날개 묶여 오랫동안 굶주리며
숲 속에서 나래 치다 기진하여 돌아갈 때
때마침 북풍 불어 끈을 풀고 훨훨 나니
바다 같은 푸른 하늘 마음껏 날아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4.
客舟咿嘎汎晴江 - 객주이알범청강
閒間盤渦浴鳥雙 - 한간반와욕조쌍
正到急湍投下處 - 정도급단투하처
凉颸拂拂洒篷牕 - 량시불불쇄봉창
不亦快哉
그네 돛단배 갠 강에 둥실 뜨니
넘실넘실 물결 위에 물새 쌍쌍 날아든다
내려 쏟는 여울목에 배가 이르니
시원한 바람 불어 뱃전을 씻어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5.
岧嶤絶頂倦遊笻 - 초요절정권유공
雲霧重重下界封 - 운무중중하계봉
向晩西風吹白日 - 향만서풍취백일
一時呈露萬千峰 - 일시정로만천봉
不亦快哉
지팡이 지쳤어라 높은 산에 올랐더니
구름 안개 겹겹이 눈 아래 막고 있네
이윽고 서풍 불어 맑은 햇볕 내려쬐니
만 골짜기 천 봉우리 일시에 드러나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6.
羸驂局促歷巉巖 - 리참국촉력참암
石角林梢破客衫 - 석각림초파객삼
下馬登舟前路穩 - 하마등주전로온
夕陽高揭順風帆 - 석양고게순풍범
不亦快哉
지친 말 절름절름 험한 바위 지나가니
돌부리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찢어진다
말 내려 배를 타니 앞길이 평탄한데
석양에 순풍 따라 돛을 높이 달았으니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7.
騷騷木葉下江皐 - 소소목엽하강고
黃黑天光蹴素濤 - 황흑천광축소도
衣帶飄颻風里立 - 의대표요풍리립
怳疑仙鶴刷霜毛 - 황의선학쇄상모
不亦快哉
낙엽이 소리 없이 강 언덕에 떨어지고
황혼녘 하늘빛이 흰 파도를 걷어찰 때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섰노라니
내가 마치 선학(仙鶴) 되어 흰 날개 씻겨진 듯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8.
鄰人屋角障庭心 - 린인옥각장정심
凉日無風晴日陰 - 양일무풍청일음
請買百金纔毁去 - 청매백금재훼거
眼前無數得遙岑 - 안전무수득요잠
不亦快哉
이웃집 처마 끝이 앞마당을 가로막아
가을날도 바람 없고 맑은 날도 그늘 지네
백금(百金) 주고 그 집 사서 당장에 헐어버려
먼 산 봉우리가 눈앞에 보인다면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9.
支離長夏困朱炎 - 지리장하곤주염
濈濈蕉衫背汗沾 - 즙즙초삼배한첨
洒落風來山雨急 - 쇄락풍래산우급
一時巖壑卦氷簾 - 일시암학괘빙렴
不亦快哉
기나긴 여름날 무더위에 시달려서
등골에 땀이 흘러 베적삼 축축할 때
상쾌한 바람 불어 소나기 쏟아지니
단번에 얼음발이 벼랑에 걸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0.
淸宵巖壑寂無聲 - 청소암학적무성
山鬼安棲獸不驚 - 산귀안서수불경
挑取石頭如屋大 - 도취석두여옥대
斷厓千尺碾砰訇 - 단애천척년팽굉
不亦快哉
맑은 밤 산골짜기 소리 없어 적막한데
산귀신도 잠이 들고 새 짐승 기척 없네
집채만한 큰 바위를 번쩍 들어 뒹굴리니
천길 낭떠러지 우뢰 같이 울리누나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1.
局促王城百稚中 - 국촉왕성백치중
常如病羽鎖雕籠 - 상여병우쇄조롱
鳴鞭忽過郊門外 - 명편홀과교문외
極目川原野色通 - 극목천원야색통
不亦快哉
성(城)에 싸인 서울 땅서 기 못 펴고 지내기가
병든 새 조롱 속에 갇힌 것 같더니만
말 채찍 울리며 성 밖으로 나아가니
아득한 산과 들에 야색(野色)이 깔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2.
雲牋闊展醉吟遲 - 운전활전취음지
草樹陰濃雨滴時 - 초수음농우적시
起把如椽盈握筆 - 기파여연영악필
沛然揮洒墨淋漓 - 패연휘쇄묵림리
不亦快哉
펼쳐놓은 큰 종이에 취중시(醉中詩)가 더디더니
우거진 초목에 후두둑 비 오길래
장대같이 큰 붓을 손에 가득 움켜잡고
크게 한번 휘두르니 먹물 뚝뚝 떨어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3.
奕棋曾不解贏輸 - 혁기증불해영수
局外旁觀坐似愚 - 국외방관좌사우
好把一條如意鐵 - 호파일조여의철
砉然揮掃作虛無 - 획연휘소작허무
不亦快哉
장기 바둑 승부를 내 일찍이 모르노라
바보같이 옆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네
한 조각 여의철(如意鐵)을 가만히 흔들어서
단번에 판 위를 쓸어 없애 버린다면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4.
篁林孤月夜無痕 - 황림고월야무흔
獨坐幽軒對酒樽 - 독좌유헌대주준
飮到百杯泥醉後 - 음도백배니취후
一聲豪唱洗憂煩 - 일성호창세우번
不亦快哉
대수풀 외로운 달 밝은 저녁에고요한 초당에 술병과 마주 앉아
백잔을 들이키고 싫도록 취한 후에
호기롭게 노래 불러 근심 걱정 씻었노라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5.
飛雪漫空朔吹寒 - 비설만공삭취한
入林狐兎脚蹣跚 - 입림호토각반산
長槍大箭紅絨帽 - 장창대전홍융모
手挈生禽側挂鞍 - 수설생금측괘안
不亦快哉
하늘 가득 눈보라 북풍이 차가운데
껑충껑충 여우 토끼 숲 속으로 뛰어 든다
긴 창, 큰 화살에 털모자 눌러 쓰고
생포한 놈 끌어당겨 말안장에 달아맨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6.
漁舟容與綠波間 - 어주용여록파간
風露三更醉不還 - 풍로삼경취불환
歸雁一聲驚破睡 - 귀안일성경파수
蘆花被冷月如彎 - 노화피랭월여만
不亦快哉
평화롭게 노니는 푸른 물결 고깃배가
바람 이슬 삼경인데 취해 아니 돌아가네
기러기 우는 소리 놀래어 잠을 깨니
갈대 이불 싸늘한데 초승달이 걸려 있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7.
落盡家眥結客裝 - 락진가자결객장
雲游蹤跡轉他鄕 - 운유종적전타향
路逢失志平生友 - 로봉실지평생우
交與囊中十錠黃 - 교여낭중십정황
不亦快哉
집안 세간 모두 팔아 행장을 꾸리고서
구름처럼 유유하게 타향에서 떠돌다가
뜻 잃은 옛 친구를 길에서 상봉하여
주머니 털어내어 열냥 돈 주었노라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8.
噍噍嗔鵲繞林梢 - 초초진작요림초
黑質脩鱗正入巢 - 흑질수린정입소
何處戞然長頸鳥 - 하처알연장경조
啄將珠腦勢如虓 - 탁장주뇌세여효
不亦快哉
가지 끝에 맴돌면서 어미 까치 급히 운다
비늘 달린 시꺼먼 놈 둥지로 기어드네
어디서 호령하며 목 긴 새 날아들어
범 울 듯이 달려들어 머리통을 쪼았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9.
琴歌來趁月初圓 - 금가래진월초원
無那頑雲黑萬天 - 무나완운흑만천
到了整衣將散際 - 도료정의장산제
忽看林末出嬋娟 - 홀간임말출선연
不亦快哉
거문고 둘러메고 보름밤에 손 왔는데
보람 없이 먹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어라
시름겨워 옷 여미고 자리에서 뜨려할 때
홀연히 숲 속에서 아리따운 달이 뜨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20.
異方遷謫戀觚陵 - 이방천적연고릉旅館無眠獨剪燈 - 여관무면독전등
忽聽金鷄傳喜報 - 홀청금계전희보
家書手自啓緘縢 - 가서수자계함등
不亦快哉
타향 땅 귀양살이 대궐 생각 그지없어
등잔불 앞에 앉아 잠 못 이뤄 하는 때에
홀연히 금닭[金鷄] 울어 기쁜 소식 전하려나
집에서 보낸 편지 내 손으로 뜯어보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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