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漢詩

不亦快哉行 二十首 - 정약용

효림♡ 2009. 6. 8. 08:18

* 不亦快哉行 - 丁若鏞

1.
跨月蒸淋積穢氛 - 과월증림적예분

四肢無力度朝曛 - 사지무력도조훈

新秋碧落澄寥廓 - 신추벽락징요확

端軸都無一點雲 - 단축도무일점운

不亦快哉 

*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달포 넘어 찌는 장마 퀴퀴한 냄새
아침저녁 사지가 맥없이 노곤터니
초가을 푸른 하늘 맑고 더 넓어
해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없어졌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2.

疊石橫堤碧澗隈 - 첩석횡제벽간외

盈盈滀水鬱盤迴 - 영영축수울반회

長鑱起作囊沙 - 장참기작낭사결

澎湃奔流勢若雷 - 팽배분류세약뇌

不亦快哉 

산골짝 푸른 시내 흙과 돌이 가로막아
가득히 고인 물이 막혀서 돌아들 때
긴 삽 들고 일어나서 일시에 터뜨리니
우뢰처럼 소리치며 쏜살같이 흘러간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3. 

蒼鷹鎖翮困長饑 - 창응쇄핵곤장기

林末毰毸倦却歸 - 임말배시권각귀

好就朔風初解緤 - 호취삭풍초해설

碧天如水盡情飛 - 벽천여수진정비

不亦快哉

푸른 매 날개 묶여 오랫동안 굶주리며
숲 속에서 나래 치다 기진하여 돌아갈 때

때마침 북풍 불어 끈을 풀고 훨훨 나니
바다 같은 푸른 하늘 마음껏 날아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4.

客舟咿嘎汎晴江 - 객주이알범청강

閒間盤渦浴鳥雙 - 한간반와욕조쌍

正到急湍投下處 - 정도급단투하처

拂拂洒篷 - 량시불불쇄봉창

不亦快哉 

그네 돛단배 갠 강에 둥실 뜨니
넘실넘실 물결 위에 물새 쌍쌍 날아든다
내려 쏟는 여울목에 배가 이르니
시원한 바람 불어 뱃전을 씻어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5.

岧嶤絶頂倦遊笻 - 초요절정권유공

雲霧重重下界封 - 운무중중하계봉

向晩西風吹白日 - 향만서풍취백일

一時呈露萬千峰 - 일시정로만천봉

不亦快哉 

지팡이 지쳤어라 높은 산에 올랐더니 
구름 안개 겹겹이 눈 아래 막고 있네 

이윽고 서풍 불어 맑은 햇볕 내려쬐니 
만 골짜기 천 봉우리 일시에 드러나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6.

羸驂局促歷巉巖 - 리참국촉력참암

石角林梢破客衫 - 석각림초파객삼 

下馬登舟前路穩 - 하마등주전로온

夕陽高揭順風帆 - 석양고게순풍범

不亦快哉 

지친 말 절름절름 험한 바위 지나가니                    

돌부리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찢어진다 
말 내려 배를 타니 앞길이 평탄한데 
석양에 순풍 따라 돛을 높이 달았으니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7.
騷騷木葉下江皐 - 소소목엽하강고

黃黑天光蹴素濤 - 황흑천광축소도

衣帶飄風里立 - 의대표요풍리립

怳疑仙鶴刷霜毛 - 황의선학쇄상모

不亦快哉

낙엽이 소리 없이 강 언덕에 떨어지고 
황혼녘 하늘빛이 흰 파도를 걷어찰 때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섰노라니 
내가 마치 선학(仙鶴) 되어 흰 날개 씻겨진 듯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8.

鄰人屋角障庭心 - 린인옥각장정심

凉日無風晴日陰 - 양일무풍청일음

請買百金纔毁去 - 청매백금재훼거

眼前無數得遙岑 - 안전무수득요잠

不亦快哉 

이웃집 처마 끝이 앞마당을 가로막아
가을날도 바람 없고 맑은 날도 그늘 지네
백금(百金) 주고 그 집 사서 당장에 헐어버려 
먼 산 봉우리가 눈앞에 보인다면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9.

支離長夏困朱 - 지리장하곤주염

濈濈蕉衫背汗沾 - 즙즙초삼배한첨

洒落風來山雨急 - 쇄락풍래산우급

一時巖壑卦氷簾 - 일시암학괘빙렴

不亦快哉

기나긴 여름날 무더위에 시달려서 
등골에 땀이 흘러 베적삼 축축할 때 
상쾌한 바람 불어 소나기 쏟아지니 
단번에 얼음발이 벼랑에 걸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0.

淸宵巖壑寂無聲 - 청소암학적무성

山鬼安棲獸不驚 - 산귀안서수불경

挑取石頭如屋大 - 도취석두여옥대

斷厓千尺碾砰訇 - 단애천척년팽굉

不亦快哉

맑은 밤 산골짜기 소리 없어 적막한데
산귀신도 잠이 들고 새 짐승 기척 없네
집채만한 큰 바위를 번쩍 들어 뒹굴리니
천길 낭떠러지 우뢰 같이 울리누나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1.

局促王城百稚中 - 국촉왕성백치중

常如病羽鎖雕籠 - 상여병우쇄조롱

鳴鞭忽過郊門外 - 명편홀과교문외

極目川原野色通 - 극목천원야색통

不亦快哉  

성(城)에 싸인 서울 땅서 기 못 펴고 지내기가
병든 새 조롱 속에 갇힌 것 같더니만
말 채찍 울리며 성 밖으로 나아가니
아득한 산과 들에 야색(野色)이 깔려 있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2.

雲牋闊展醉吟遲 - 운전활전취음지

草樹陰濃雨滴時 - 초수음농우적시

起把如椽盈握筆 - 기파여연영악필

沛然揮洒墨淋漓 - 패연휘쇄묵림리

不亦快哉

펼쳐놓은 큰 종이에 취중시(醉中詩)가 더디더니
우거진 초목에 후두둑 비 오길래
장대같이 큰 붓을 손에 가득 움켜잡고
크게 한번 휘두르니 먹물 뚝뚝 떨어지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3.

奕棋曾不解贏輸 - 혁기증불해영수

局外旁觀坐似愚 - 국외방관좌사우

好把一條如意鐵 - 호파일조여의철

砉然揮掃作虛無 - 획연휘소작허무

不亦快哉

장기 바둑 승부를 내 일찍이 모르노라
바보같이 옆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네
한 조각 여의철(如意鐵)을 가만히 흔들어서
단번에 판 위를 쓸어 없애 버린다면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4.

篁林孤月夜無痕 - 황림고월야무흔

獨坐幽軒對酒樽 - 독좌유헌대주준

飮到百杯泥醉後 - 음도백배니취후

一聲豪唱洗憂煩 - 일성호창세우번

不亦快哉

대수풀 외로운 달 밝은 저녁에
고요한 초당에 술병과 마주 앉아
백잔을 들이키고 싫도록 취한 후에
호기롭게 노래 불러 근심 걱정 씻었노라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5.

飛雪漫空朔吹寒 - 비설만공삭취한

入林狐兎脚蹣跚 - 입림호토각반산

長槍大箭紅絨帽 - 장창대전홍융모

手挈生禽側挂鞍 - 수설생금측괘안

不亦快哉

하늘 가득 눈보라 북풍이 차가운데
껑충껑충 여우 토끼 숲 속으로 뛰어 든다
긴 창, 큰 화살에 털모자 눌러 쓰고
생포한 놈 끌어당겨 말안장에 달아맨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6. 

漁舟容與綠波間 - 어주용여록파간

風露三更醉不還 - 풍로삼경취불환

歸雁一聲驚破睡 - 귀안일성경파수

蘆花被冷月如彎 - 노화피랭월여만

不亦快哉

평화롭게 노니는 푸른 물결 고깃배가
바람 이슬 삼경인데 취해 아니 돌아가네
기러기 우는 소리 놀래어 잠을 깨니
갈대 이불 싸늘한데 초승달이 걸려 있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7. 

落盡家眥結客裝 - 락진가자결객장

雲游蹤跡轉他鄕 - 운유종적전타향

路逢失志平生友 - 로봉실지평생우

交與囊中十錠黃 - 교여낭중십정황

不亦快哉

집안 세간 모두 팔아 행장을 꾸리고서
구름처럼 유유하게 타향에서 떠돌다가
뜻 잃은 옛 친구를 길에서 상봉하여

주머니 털어내어 열냥 돈 주었노라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8. 

噍噍嗔鵲繞林梢 - 초초진작요림초

黑質脩鱗正入巢 - 흑질수린정입소

何處戞然長頸鳥 - 하처알연장경조

啄將珠腦勢如虓 - 탁장주뇌세여효

不亦快哉

가지 끝에 맴돌면서 어미 까치 급히 운다
비늘 달린 시꺼먼 놈 둥지로 기어드네
어디서 호령하며 목 긴 새 날아들어
범 울 듯이 달려들어 머리통을 쪼았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19.

琴歌來趁月初圓 - 금가래진월초원

無那頑雲黑萬天 - 무나완운흑만천

到了整衣將散際 - 도료정의장산제

忽看林末出嬋娟 - 홀간임말출선연

不亦快哉

거문고 둘러메고 보름밤에 손 왔는데
보람 없이 먹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어라
시름겨워 옷 여미고 자리에서 뜨려할 때
홀연히 숲 속에서 아리따운 달이 뜨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

 

20.

異方遷謫戀觚陵 - 이방천적연고릉

旅館無眠獨剪燈 - 여관무면독전등

忽聽金鷄傳喜報 - 홀청금계전희보

家書手自啓緘縢 - 가서수자계함등

不亦快哉  

타향 땅 귀양살이 대궐 생각 그지없어
등잔불 앞에 앉아 잠 못 이뤄 하는 때에
홀연히 금닭[金鷄] 울어 기쁜 소식 전하려나
집에서 보낸 편지 내 손으로 뜯어보네
이 어찌 통쾌한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