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 - 윤동주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 한 자밖에는 더 못 쓰는걸
* 눈 - 윤동주
지난 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 편지 -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 햇빛.바람 - 윤동주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 소낙비 - 박두진
먼 산에 소낙비 간다
이쪽에는 짜랑짜랑 볕이 쬐면서
먼 산 산 밑에만 소낙비 간다
솔개미 하늘 돌고 청개구리 운다
숫숫 잠자리 떼 높이 높이 난다
* 잠깰 때 - 윤석중
모자야, 모자야
오, 모자는 저기 저 못에 잘 걸려 있다
공아, 공아
오, 공은 누나 받짇고리 속에 잘 있다
딱지야, 딱지야
오, 딱지는 내 호주머니 속에 잘 있다
나 잔 동안 다 잘 있다. 다 잘 있다
* 우산 - 윤석중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 파란비 - 윤석중
간밤에 비가 오더니 산이 더 파래요
간밤에 비가 오더니 들이 더 파래요
오월에 오는 비는 파란 비예요
간밤에 비가 오더니 싹이 더 컸어요
간밤에 비가 오더니 잎이 더 컸어요
오월에 오는 비는 크는 비예요
* 나뭇잎 가랑잎 - 윤석중
얼마나 덥겠느냐고
여름엔 나뭇잎이
부채질을 해줍니다
얼마나 춥겠느냐고
겨울엔 가랑잎이
방에 불을 때 줍니다
* 개구리 - 윤석중
개굴개굴 개굴 개굴개굴 개굴
물논에서 개구리 떠드는 소리
두고 봐라 내일 갠다
개굴개굴 개굴 개굴개굴 개굴
내기 할까 개굴개굴 개굴
내일 날씨 가지고 서로 다투네
* 꽃밭 -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
* 호박잎 우산 - 윤석중
비야 비야 오너라
좌악좍 오너라
호박잎을 따다가
우산을 받고
개굴개굴 개굴아
놀러 오너라
* 이슬 - 윤석중
이슬이
밤마다 내려와
풀밭에서 자고 가지고
이슬이
오늘은 해가 안 떠
늦잠이 들었지요
이슬이 깰까 봐
바람은 조심조심 불고
새들은 소리 없이 날지요
* 내마음 - 이해인
꿈길도 가만히 가면
무엇이나 다 볼 수 있고
어디든지 다 갈 수 있는 내 마음
몹시 화가 나고 울고 싶다가도
금방 깔깔 웃기도
좋기도 한 내마음
꼭 하나인 것 같으면서
날마다 때마다
다른 빛깔이 되는 마음
사진으로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정말로 궁금한 내마음
* 겨울잠 - 신경림
잠자면서 쑤욱쑤욱
꿈꾸면서 쑤욱쑤욱
곰돌이도 쑤욱쑤욱
개구리도 쑤욱쑤욱
참나무도 쑤욱쑤욱
눈사람도 쑤욱쑤욱
모두모두 쑤욱쑤욱
잠자면서 쑤욱쑤욱
* 귀뜨라미는 귀잠자고 - 유안진
자불자불 잠이 온다 사불사불 잠이 온다
귀뜨라미의 자장가는 섬돌 밑에서 귀또로로
기러기엄마 자장가는 서리 하늘에서 끼르륵
생쥐엄마 자장가는 쥐구멍에서 찌직 찍
고양이는 야옹야옹 담 밑에서 잠투정한다
코올 코올 코르르 우리 아기 코잠 잔다
소올소올 소르르 우리 아기 눈잠 잔다
우리 아기 고운 아기 곱디 고운 꽃잠 자고
우리 아기 착한 아기 달디달디 단잠 잔다
* 꼬부랑 할머니 - 신경림
할머니가
두부 일곱 모 쑤어 이고
일곱 밤을 자고서
일곱 손주 만나러
한 고개 넘어섰다
두부 한 모 놓고
길 잃고 밤새 헤맨
아기노루 먹으라고
* 꼬까신 - 최계락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
* 노랑나비 - 김영일
나비 나비 노랑 나비
꽃잎에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 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 나비
길손 따라 훨훨 날아갔네
* 목련 - 문삼석
누가
걸어 놓았나?
손수건
몇장
누가
날려 보냈나?
종이학
몇 마리
* 봄바람 - 오승희
살랑살랑 봄바람 놀다 간 자리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났어요
살랑살랑 봄바람 꿈꾸던 자리
꽃봉오리 예쁘게 맺히었어요
한들한들 봄바람 불고 간 자리
가물가물 아지랑이 피어올라요
* 나팔꽃 - 곽노엽
우물가의 나팔꽃 곱기도 하지
아침마다 첫 인사 방긋 웃어요
점심때에 우물가에 다시 와 보면
방긋방긋 반가와 놀다 가래요
동무하고 놀다가 늦게 와 보니
노여워 입 다물고 말도 말재요
* 비누 풍선 - 이원수
무지개를 풀어서
오색 구름 풀어서
동그란 풍선을 만들어서요
달나라로 가라고
꿈나라로 가라고
고이고이 불어서 날리웁니다
* 하늘 - 김용석
하늘에도 물고기가 살지
비늘구름 동동
하늘에도 꽃밭 있지
꽃구름 동동
바다에도 햇님이 살지
금빛 파도 출렁
* 꽃사슴 - 유경환
아가의 새 이불은
꽃사슴 이불
포근한 햇솜의
꽃사슴 이불
소록소록 잠든 아가
꿈 속에서
꽃사슴 꽃사슴
타고 놉니다
* 어머니 - 남진원
사랑스런 것은 모두 모아
내 책가방에 싸 주시고
기쁨은 모두 모아
내 도시락에 넣어주시고
그래도 어머니는 허전하신가 봐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 밖에서 지켜 보십니다
* 귀뚜라미 - 김구연
따르르
따르르
비켜나세요
별님 달님
비켜나세요
캄캄한
밤중에
귀뚜라미가
자전거를 탑니다
* 오는길 - 피천득
재잘대며
타박타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
* 오리 - 권태응
풍덩 엄마오리/ 연못 속에 풍덩.
퐁당 아기오리/ 엄마 따라 퐁당.
둥둥 엄마오리/ 연못 위에 둥둥.
동동 아기오리/ 엄마 따라 동동. *
* 매미 - 김양수
숨죽여 살금살금 나무에 다가가서
한 손을 쭈욱 뻗어
잽싸게 덮쳤는데
손 안에 남아 있는 건
매암매암 울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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