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한국인의 애송 동시 2

효림♡ 2009. 6. 12. 08:34

* 상어 - 최승호

어쩌지 상어가 창문을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침대를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지붕을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비행기를 물어뜯으면
어! 상어가 해님을 물어뜯었어 * 
 

 

* 손을 기다리는 건 - 신형건

손을 기다리는 건
어제 새로 깎은 연필
내방문의 손잡이
손을 기다리는 건
엘리베이터의 9층 버튼
칠판 아래 분필가루투성이 지우개
때가 꼬질꼬질한 손수건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책상 틈바구니에 들어간

30센티미터 뿔자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퍼즐 조각 하나
정말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손, 꼬옥 잡아 줄

또 하나의

손 * 

 

* 하느님에게 - 박두순

때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가슴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셔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

 

누가 누가 잠자나 - 목일신

넓고 넓은 밤하늘엔 누가 누가 잠자나
하늘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깊고 깊은 숲 속에선 누가 누가 잠자나
산새 들새 모여앉아 꼬빡꼬빡 잠자지
포근포근 엄마 품엔 누가 누가 잠자나
우리아기 예쁜 아기 새근새근 잠자지 *

 

* 잡초 뽑기 - 하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몰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 *

 

* 밤이슬 - 이준관

풀잎 위에
작은 달이 하나 떴습니다
앵두알처럼 작고 귀여운
달이 하나 떴습니다
풀벌레들이 어두워할까 봐
풀잎 위에
빨간 달이 하나 몰래 몰래 떴습니다

 

* 봄편지 - 서덕출

연못 가에 새로 핀         
버들 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대한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 옵니다 *

 

* 먼지야, 자니? - 이상교

책장 앞턱에          
보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

 

* 닭 - 강소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

 

미술시간 - 김종상

그림붓이 스쳐간 자리마다
숲이 일어서고 새들이 날고
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되고
내 손에 그려지는

그림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그려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가면
집이 세워지고 새 길이 나고
젖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도 되고
색종이로 꾸며 세운

조그만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이 아닐까?
*

 

* 송아지가 아프면 - 손동연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 없제
외양간 등불도 밤내 잠 못 이루제
토끼라도 병나면 온 식구가 다 앓제
순덕이 큰 눈도 토끼 눈처럼 빨개지제 *

 

* 귀뚜라미 소리 - 방정환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 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

 

* 구슬비 - 권오순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

 

* 별 - 공재동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

 

* 흔들리는 마음 - 임길택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할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

 

* 초록바다 - 박경종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초록빛/ 물이 들지요.// 
초록빛/ 예쁜/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살랑/ 어루만져요.//
우리 순이/ 손처럼/ 간지럼 줘요. *

 

*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 권오삼

아이구 못 살겠네
성미 급한 사람들 땜에
빨리빨리 도토리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간
골병 들어 죽겠네
너도나도 커다란 돌덩이로
내 몸뚱이를
마구 두들겨 대서

떨어뜨리세 떨어뜨리세
얼른얼른 떨어뜨리세
저 욕심쟁이들 머리 위로
내 작고 귀여운 열매
어서어서 떨어뜨리세
눈물처럼 똑, 똑, 똑 *

 

* 귤한개 - 박경용

귤/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
짜릿하고 향긋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쪽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 *

 

* 호박꽃 - 안도현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

 

* 아름다운 것 - 오순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

 

* 씨 하나 묻고 - 윤복진

봉사 나무/
씨 하나/ 꽃밭에 묻고//
하루 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
아침 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 * 

* 옹달샘 - 한명순

조그만 손거울/ 숨겨 두고//
하늘이 날마다/ 들여다본다//
산속에 숨겨둔/ 옹달샘 거울//
가끔씩 달도/ 보고 간다 *

 

* 병아리 - 엄기원 

조그만 몸에
노오란 털옷을 입은 게
참 귀엽다

병아리 엄마는
아기들 옷을
잘도 지어 입혔네

파란 풀밭을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노란 옷을 지어 입혔나 봐
길에 나서도
옷이 촌스러울까 봐

그 귀여운 것들을
멀리서
꼬꼬꼬꼬
달음질시켜 본다 *

 

* 나무와 연못 - 유경환

봄이 왔다
새들이 가지에 앉아 노래했다

나무가 말했다
고맙다
그러자 연못이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들었어

물이나 한 모금씩 마시고 가렴
새들이 포롱포롱 물 마시고 갔다 *
 

 

* 과수원길 - 박화목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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