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한국인의 애송 동시 1

효림♡ 2009. 6. 12. 08:31

* 고향의 봄 - 이원수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 풀잎 2 -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

 

* 나뭇잎 배 - 박홍근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

 

*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

 

*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

 

* 오빠 생각 - 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국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

 

* 엄마가 아플때 - 정두리

조용하다

빈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때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

 

* 과꽃 - 어효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꽃을 들여다 보면 

꽃속에 누나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

 

* 섬집 아기 - 한인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 봄 - 김기림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살린다 

주춤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

 

* 담요 한 장 속에 -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ㅡ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ㅡ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

 

* 퐁당퐁당 - 윤석중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

 

* 해바라기 씨 - 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쾡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꽥 ! 지르고 간 놈이ㅡ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 

 

* 그냥 -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ㅡ그냥 ...... 

넌 왜

엄마가 좋아? 

ㅡ그냥..... *

 

* 비 오는 날 - 임석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

 

* 꽃씨와 도둑 -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

 

* 산 너머 저쪽 -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

 

* 나무 속의 자동차 - 봄에서 겨울까지 2 - 오규원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밤낮없이 불을 공급하는 나무

나무 속의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뿌리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물탱크 가득 채우고

뿌리로 줄기로 마지막 잎까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는

나무 속의 그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그 작은 차 한 대의

물탱크 속에는 몇 방울의 물

몇 방울의 물이 실려 있을까

실려서 출렁거리며 가고 있을까

 

그 작은 식수 공급차를

기다리며

가지와 잎들이 들고 있는

물통은 또 얼마만할까 *

 

* 개구리 - 한하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

 

*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 문구멍 - 신현득

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

 

* 반달 - 윤극영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

 

* 따오기 - 한정동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돋는 나라 *

 

* 꼬까신 - 최계락

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

 

* 강아지풀 - 김구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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