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 먹겠네 - 권태응
타는 듯 나려 쬐는 저 들판에
일하는 사람들 더위 먹겠네
구름들아 햇볕 좀
가려라 가려라
죽도록 일해도 고생 많은
땀 철철 농군들 더위 먹겠네
바람들아 자꾸 좀
불어라 불어라
* 바쁜 엄마
날마다 물 여다간 밥을 짓고
틈틈이 실을 자선 질삼하고
언제나 일 바쁜 우리 엄마
빨래도 비누질도 혼자 하고
들밥도 이기 가고 밭도 매고
언제나 일 바쁜 우리 엄마
* 아가야 울지 마라
아가야 울지 마라 시장 참어라
저녁할 때 다 됐으니 엄마 오겠지
퉁퉁 부른 두통 젖 갖고 오겠지
아가야 울지 마라 마중 나가자
개울 건너 들밥 이고 벌써 간 엄마
걸음 빨리 급한 맘 돌아오겠지
아가야 울지 마라 들어 보아라
쓰로라미 노래소리 맑고 곱구나
한참만 더 참으면 엄마 오겠지
* 녹두
까맣게 익어진 녹두 타래
파랑새 먹을라 어서 따자
볕바른 멍석에 널어 놓면
혼자서 호도독 벌어진다
타래는 까매도 파랑 녹두
몸집은 작아도 파랑 녹두
청포에 부치기 숙주나물
잔치때 제사때 소중하지
* 들밥
여름날의 들밥은
나무 그늘 밑
매미 소리 들으면서
맛이 나고
가을날의 들밥은
따슨 양지쪽
햇볕 쨍쨍 쪼이면서
맛이 나고
* 동네가 있는 곳엔
동네가 있는 곳엔
공동샘이 파 있고
물 이는 색시 뒤엔
신둥이도 딸지요
동네가 있는 곳엔
미루남구 서 있고
커다란 남구 위에
까치집도 있지요
동네가 있는 곳엔
조모래기 있구요
조모래기 노는 곳엔
노래가 있지요
* 달팽이
달 달 달팽이
뿔 넷 달린 달팽이
건드리면 옴추락
가만 두면 내밀고
달 달 달팽이
느림뱅이 달팽이
멀린 한 번 못 가고
밭에서만 놀고
* 달맞이
망월날 밤
아기가 엄마 등에 업히어
달맞이 나왔지요
들에도 언덕에도 산에도
쥐불이 꽃밭 같았지요
달은 이내 안 떠오르고
"망월여,"
"망월여,"
소릴 들으며
아기는 그만 폭 잠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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