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권태응 동시 모음 2

효림♡ 2009. 3. 30. 08:26

* 막대기 들고는 - 권태응 

막대기 들고는 무엇하나?
벼 멍석에 덤벼드는 닭을 쫓고

 

막대기 들고는 무엇하나?
양지쪽에 묶어 세운 참깰 털고

 

막대기 들고는  무엇하나?
뒤곁에 오볼 달린 대출 따고

 

* 책 자랑
할아버지 책 자랑은 어려운 한문 책
그렇지만 그것은 중국의 글이고

아버지 책 자랑은 두꺼운 일본 책
그렇지만 그것은 일본의 글이고

언니의 책 자랑은 꼬부랑 영어 책
그렇지만 그것은 서양의 글이고

우리 우리 책 자랑은 우리 나라 한글 책 

온 세계에 빛내일 조선의 글이고 

 

* 북쪽 동무들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 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 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 민들레 

구석진 언덕에 한 폭 민들레
혼자서 노랑 꽃 피어났구나

나비도 안 찾는 응달진 곳에
혼자서 고요히 피어났구나

다시서 찾으니 한 폭 민들레
그 벌써 꽃 지고 늙어졌구나

아무도 안 찾는 응달진 곳에
혼자서 고요히 늙어졌구나

* 은행나무

우리 동네 은행나문 굳고 큰데도
어쩌면 열매 한 톨 안 달리고

건너 마을 은행나문 그리 안 큰데
해마다 우룽주룽 열매 달리나?

우리 동네 은행나문 수나무고요
건너 마을 은행나문 암나무래요

아하하하 우습다 나무 내외가
몇백 년을 마주보고 살아온다네

 

* 어린 보리싹  
곡식을 다 걷어간 텅 빈 들판에
찬 바람 우수수수 쓸쓸도 한데
뾰족뾰족 새파란 어린 보리싹
햇볕 쬐며 소곤소곤 의논이지요

닥쳐오는 겨울을 추운 겨울을
그 어떻게 견딜까 이겨 나갈까?
까마귀도 밭고랑에 모여 앉아서
서로 같이 근심스레 의논이지요
 

 

* 어젯밤 손님

사랑방 문 앞에

낯선 구두

 

엄마 엄마 어젯밤

누가 왔수

 

밤늦도록 떠들썩

웃음소리가

 

잠결에 자꾸만

들려 오데

 

어젯밤 꿈같이

오신 손님

 

너는 너는 누군지

모를 거야

 

너 낳던 해 똑 한번

다녀 가신

 

아빠의 젤 친한

동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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