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김용택 동시 모음

효림♡ 2009. 6. 4. 08:20

*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 

 

*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은
춥지도 않으신가 보다
오늘도 조회 시간에
오래오래 말씀하신다
좌측통행 해라
수상한 사람 신고해라
의식개혁 하자
자연보호 해라
바람은 씽씽 불고
손발이 시려워죽겠는데
차렷 자세로 움직일 수가 없다
우리가 조금만 움직이면
차렷! 열중쉬어! 하시며
내가 일제시대 때 학교 다닐 때는
이보다 더 추울 때도
팬티만 입고 서 있었다고 하신다
그렇지만 우리는
손이 시렵고 발이 시렵고 귀가 시렵고
재미도 하나 없다
선생님들도 추우신지
웅크리고 서서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신다
선생님 발 밑 땅이 녹아 있고

선생님 코가 빨갛다 *

 

*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 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 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 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

* 참새와 수수 모가지
참새가 수수 모가지 위에 앉았습니다
아이고 무거워
내 고개 부러지겠다 참새야
몇 알 따먹고
얼른 날아가거라 *

 

*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 와요

 

이건 뒤안에 상추

이건 담장에 호박잎

이건 앞마당에 토란 잎

이건 위꼍에 애호박 

이건 강 건너 밭에 풋고추

이건 장광에 된장

이건 부엌에 고춧가루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 와요

나중에 잘 가라고 손짓 하시는

우리 시골 할머니 모습이 따라와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 

 

* 우리교실

감꽃 피면 감꽃 냄새

밤꽃 피면 밤꽃 냄새

누가 누가 방귀 뀌었냐

방귀 냄새 * 

 

* 방학

학교는 뭘 할까//

운동장은 뭘 할까//

교실은 뭘 할까//

내 책상 내 의자는 지금 뭘 할까

미끄럼틀 철봉은 서서 뭘 할까//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내 짝은 숙제 다 했을까//

학교는 지금 뭘 할까 *

 

* 감나무

감잎 필 때가 좋았지

감꽃 필 때가 좋았지

땡감일 때가 좋았지

홍시일 때가 좋았지

까치를 기다릴 때가 좋았지

서리 맞고 눈이 와도

하얀 눈이 펑펑 내려도

하얀 눈을 펑펑 맞아도

감 딸 사람은 오지 않고

눈을 하얗게 쓰고 썩어 떨어져 박살이 나도

감 딸 사람은 오지 않네 *

 

* 강 건너 콩밭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아기 업고 강 건너 밭에
아기 젖 주러 갑니다

밭에 가면
어머니는 콩밭이 훤하게
지심을 매다가
내가
엄마! 하고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배가 을매나 고팠을까 하며
수건 벗어 먼지 털고
밭가로 나와
아기 젖을 줍니다

아기는 두 손으로
엄마 젖을 움켜쥐고
젖을 빨며
까만 눈으로 엄마 눈을 바라봅니다
아기 눈엔 엄마가
엄마 눈엔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젖을 다 먹이고
아기 업고 돌아오면
아기는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길가에 풀잎을 뜯기도 합니다
나는 풀꽃을 꺾어
아기 손에 쥐여줍니다

집에 와서
아기를 내려놓고
강 건너 콩밭을 보면
콩들이 엄마 뒤를 따라
올망졸망 자랐고
내가 집에 다 갔나 못 갔나
고개 들고
우리 집 보며
또 자랍니다
*

 

* 김용택글[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인의 애송 동시 2  (0) 2009.06.12
한국인의 애송 동시 1  (0) 2009.06.12
도종환 동시 모음   (0) 2009.06.04
권태응 동시 모음 3  (0) 2009.03.31
권태응 동시 모음 2  (0) 200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