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이정하

효림♡ 2009. 6. 25. 08:15

*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정호승님의 시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고 - 이정하                        

그대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이정하시집[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푸른숲  

 

 

*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정호승시집[내가 사랑하는 사람]-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