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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당을 볼 때마다 - 장석남

효림♡ 2009. 7. 6. 08:44

* 빈 마당을 볼 때마다장석남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 장석남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