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높새가 불면 - 이한직

효림♡ 2009. 7. 7. 08:29

* 높새가 불면 - 이한직

높새가 불면
당홍(唐紅) 연도 날으리
향수(鄕愁)는 가슴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지팽이 짚고

짚풀을 삼아
짚세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슬프고 고요한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황(黃)나비도 날으리

생활(生活)도 갈등(葛藤)도
그리고 산술(算術)도
다 잊어버리고

백화(白樺)를 깎아
묘표(墓標)를 삼고

동원(凍原)에 피어 오르는
한 떨기 아름다운
백합(百合)꽃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ㅡ *

 

* 북극권(北極圈) 

초록빛 지면 위에

한 개 隕石이 떨어지고


바람은 남쪽으로 간다더라

징 툭툭한 구두를 신고


소란타, 마음의 계절

나의 Muse 그대, 角笛을 불라

귓속에선 메아리도 우짖어라


渺茫히 蒼天 아래 누운

裸形의 Neptune!

추위를 삼가라


색채 잊은

그날밤의 꿈이어


밤마다 

流竄의 황제처럼

깨어진 勳章의 破片을

주워 모으는 하얀 손, 손


파리한 내 손 

 

* 풍장(風葬)

사구(砂丘) 위에서는

호궁(胡弓)을 뜯는
님프의 동화가 그립다.

계절풍이여
캬로반의 방울소리를
실어다 다오

장송보(葬送譜)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풍장이 되는구나

 
날마다 밤마다
나는 한 개의 실루엣으로
괴로워했다.

깨어진 올갠이
묘연(杳然)한 요람(搖籃)의 노래를
부른다, 귀의 탓인지

 

장송보도 없이

나는 사구 위에서

풍장이 되는구나

그리운 사람아 *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낙타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先生)님이 걸어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 옛날에 옛날에 -


낙타는 어린 때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의 옛이야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음 직한 동물원의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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