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지는 해 좋다 - 나태주

효림♡ 2009. 7. 10. 09:27

* 지는 해 좋다 - 나태주  

 

지는 해 좋다

볕바른 창가에 앉은 여자

눈밑에 가늘은 잔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다.

이제 서둘지 않으리라

두 손 맞잡고 밤을 새워
울지도 않으리라

그녀 두 눈 속에 내가 있음을

내가 알고

나의 마음 속에 그녀가 살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

 

지는 해 좋다.

산그늘이 또 다른 산의 아랫도리를

가린다.


그늘에 덮이고 남은
산의 정수리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

 

* 나태주시집[별아래 잠든 시인]-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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