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길 - 김용택

효림♡ 2009. 7. 16. 08:46

 

* 길 - 김용택  
너를 만나려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이 길을
나는 왔다

보아라
나는 네 앞에서만
이렇게 눈부신 나를 그린다 *

* 김용택시집[참 좋은 당신]-시와시학사

 

* 길  

사랑은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다 얻는

새벽같이 옵니다

이 봄

당신에게로 가는

길 하나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 길가에는 흰 제비꽃이 피고

작은 새들 날아갑니다

새 풀잎마다

이슬은 반짝이고

작은 길은 촉촉히 젖어

나는 맨발로

붉은 흙을 밟으며

어디로 가도

그대에게 이르는 길

이 세상으로 다 이어진

아침 그 길을 갑니다. *

* 김용택시집[참 좋은 당신]-시와시학사

 

* 길

실낱같이 가는 샛길로 샛길로 가서

마지막 샛길 끝에

말이라도 걸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슬픈 초가 한 채


아무도 가지 않고

이따금 내가 가다가 해 져서

길 잃고 길 없이

돌아온다    

 

* 단 한 번의 사랑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하나
단 한 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

 

* 길  

애초에 이세상에 길이 없었듯이

그대에게 이르르는 길은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를 향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 그리움은

이제 아무 데로나 가도

다 당신에게 이르르는 길이 됩니다

 

이 끝도 갓도 없는

사랑의 가시밭길이  

 

* 길  

나무 하다 건너다보면

버들피리 불며 보리밭을 매던 너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가고

내가 가지 않으면 네가 오고

서로 생각하며 가다오다 만나면

문득 얼굴 들어 함께 웃던

꽃 피고 지며 눈 나리던 강길

우리 다시 오고 가지 못할 길같이

풀들이 우북하게 자라 길을 덮었어도

구월은 어김없고

강물은 반짝이며 흐르는구나


보리풀 하다 보면 빨래하던 너

물 불은 강을 건너서

고운 맨발로도 오던 네가

신을 신고도 못 오는구나

빤히 건너다보이는 너의 집 마당

붉은 고추를 널고 담던 너

마음이 가면

달 없는 밤 눈을 감고도 갔던 내가

환한 대낮 눈을 뜨고도 막히는구나
자고 일어나보니

갈길이 막혀

마을 앞 정자나무 아래 우두커니 서 있다가

돌아섰던 너와 나

내가 가지 않으면 네가 와야 하고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가야만 할

수많은 가슴 아픈 세월이 흘렀어도

강물은 저 위로 시퍼렇고

딴길로 갈 수 없는 우리 사랑은

철책선 이 건너 저 건너

산그늘 강길에 내려

포탄에 찢기던 들국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너와 내가 오가던 발자국 따라

하얗게 피며

아무도 막지 못하는

마음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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