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漢詩

귀뚜라미 시 모음

효림♡ 2009. 10. 15. 08:38

* 공(蛩) - 李中[당] 

月冷莎庭夜已深  

百蟲聲外有淸音  

詩情正苦無眠處  

爾階前相伴吟  

-귀뚜라미 

뜨락에 썰렁 달빛 쏟아지고 밤이 깊은데  

백 가지 벌레소리 그 밖의 맑은 소리 

시상 다지느라 잠 못 이루는데  

어여뻐라 귀뚜라미 섬돌 앞에 나를 벗하여 노래하누나 *

* 이병한엮음[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궁리

 

* 蟋蟀 - 崔成大[조선]    

皎月草間懸露光 - 교월초간현로광

纖珠碎佩語何長 - 섬주쇄패어하장

秋風吹起深深思 - 추풍취기심심사

似淬尖割盡腸 - 사쉬첨망할진장

-

밝은 달빛 풀섶 이슬에 걸려 반짝이는데

옥구슬 단장하고 무슨 말이 그리 많아

가을바람 소슬 불어 시름만 더하거늘

뾰족하게 벼린 칼로 애간장을 찌르듯  

 

* 귀뚜라미 - 박효관  

님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 蟋蟀 - 정진규  

금년 가을밤은 유독 남다르다 내 나이에 떠나신, 깊은 가을밤 떠나신 어머니의 全生을 寫經하듯 밤새워 베낀다

끼어드는 女子의 一生이란 말은 너무 가볍다 거듭 지운다 더듬이로 짚어가며 귀뚜라미들 저토록 열심이다

내가 베낀 대목까지만 거듭 읽고 되읽는다 귀뚜라미들, 잠시 눈 붙이던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여러 행을 건너뛴다

다리가 길다 많이 야위었다 讀經들 하고 있다 귀뚜라미들 용맹정진하고 있다

 

* 新秋 - 崔淑生[조선] 

雨霽山中露氣淸  蒼茫桂影半規明
夜深金井梧桐落  人靜紗窓蟋蟀鳴
萬里雲開銀漢逈 
一簷風動玉繩橫

秋來多病腰圍減  (心+長)安仁白髮

-

비 개인 산마을 이슬 말게 맺히고 아득한 저 달 에 계수나무 그림자
우물가 오동잎 밤 깊은데 떨어지고 창 밖에 귀뚜라미 구슬프게 들려오네
하늘엔 구름 걷혀 은하수 떠 흐르고 처마 끝 바람 일어 옥승이 벗겨있오
가을 들어 병이 잦고 몸집 마져 줄어드니 마음 별로 아니써도 흰털만 늘어나네 

* 창(슬플 창 -- 心+長) 

 

* 詩經 -唐風 - 蟋蟀  

蟋蟀在堂 - 실솔재당 歲聿其莫 - 세율기모

今我不樂 - 금아불락 日月其除 - 일월기제

無已大康 - 무이대강 職思其居 - 직사기거

好樂無荒 - 호락무황 良士瞿瞿 - 량사구구 

-

집안에 귀뚜라미 한 해도 저물어간다
지금 내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가버린다
너무 무사태평하지 말고 남 생각도 해야지 
즐거움이 지나치면 안 되니 훌륭한 선비는 늘 조심한다네

 

蟋蟀在堂 - 실솔재당 歲聿其逝 - 세율기서

今我不樂 - 금아불락 日月其邁 - 일월기매

無已大康 - 무이대강 職思其外 -  직사기외

好樂無荒 - 호락무황 良士蹶蹶 - 량사궐궐

-

집안에 귀뚜라미 한 해도 저물어간다
지금 내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멀어져 버린다
너무 무사태평하지 말고 바깥 일도 생각해야지
즐거움을 즐기는 지나치지 않는 것이 훌륭한 선비는 늘 부지런하다네


蟋蟀在堂 - 실솔재당 役車其休 - 역차기휴

今我不樂 - 금아불락 日月其慆 - 일월기도

無已大康 - 무이대강 職思其憂 - 직사기우

好樂無荒 - 호락무황 良士休休 - 량사휴휴

-

귀뚜라미 당에서 울고 짐 수레도 일 없네
지금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영영 안 돌아오리 
너무 태평하지 말고 어려울 때도 생각 해야지 

즐거움이 지나치면 안되니 훌륭한 사람은 매사 점잖다네 

 

 

蟋蟀 - 李健

月明半夜更籌永 - 월명반야경주영

秋到深園蟋蟀哀 - 추도심원실솔애

殘夢未成推枕起 - 잔몽미성추침기

頻將紈扇拍窓 - 빈장환선박창외

-
한 밤중 달은 밝고 시간은 더딘데 
깊은 동산 가을 들자 귀뚜라미 구슬퍼라

남은 꿈 못 이루고 베개 밀쳐 일어나 

비단 부채 자주 들어 창턱을 내려치네 

 

* 촉직(促織) - 이제현(李齊賢)[고려]

促織復促織 - 촉직복촉직

哀鳴何惻惻 - 애명하측측

終夕弄機杼 - 종석롱기저

平明無寸縷 - 평명무촌루

嫠婦才聞淚似泉 - 이부재문루사천

征夫一聽凋朱顔 - 정부일청조주안
春風融暖花着子 - 춘풍융난화착자

夏景舒長燕成壘 - 하경서장연성루

胡爲不自謀 - 호위물자모

直待霜淸露冷方知秋 - 직대상청로랭방지추

促織爾何愚 - 촉직이하우

日月豈肯爲爾留須臾 - 일월기긍위이유수유

-귀뚜라미 

베 짜라 재촉하고 또 베 짜라 재촉하는데
슬피 우는 것이 어찌 그리도 불쌍해 보이는지
밤새도록 베틀의 북을 놀려대어도
아침에는 한 치의 베도 없구나.
과부들 이 소리 듣고 눈물이 샘솟듯 하고
출정한 군사들도 한 번 들고 붉어진 얼굴에 주름살 낀다네.
봄바람 따뜻하면 꽃은 열매 맺고
여름철 기나긴 날 제비도 집을 짓는데
어찌하여 너 자신 생각지 않다가
찬 이슬과 된서리가 내려야만 가을을 깨닫느냐
귀뚜라미야 너는 어찌 그렇게 어리석은가
잠깐인들 세월이 어찌 너를 위해서 머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