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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는 오지 않고 이 한 해도 저물었습니다

효림♡ 2009. 12. 30. 08:41







    
그대는 오지 않고 이 한 해도 저물었습니다/이옥(李鈺)
가을 오고 봄이 오매 갈대 피리 속 
재의 깊이가 달라짐을 아쉬워하고 
산 높고 물길 아득하니
매화 소식으로 편지를 부치려 합니다
천리 멀리 마음이 치달리기에 한 통의 
편지로 얼굴을 대신합니다
생각건대 그대는 자란의 맑은 운치요
황학의 뛰어난 재주이니 
마치 녹수의 부용이 낙포(落浦)에서 
농염한 빛을 떨치고
단사(丹砂)의 죽전(竹箭)이 형산(衡山)에서 
맑은 기운을 받은 격이오
봉혈(鳳穴)에서 깃을 떨쳐 
일찍 가문을 발전시키는 
명예를 드러내었으나
용문에 오르려다 실패하여 
여러차례 관광(觀光)의 걸음을 하였지요
전에 녹명(鹿鳴)을 노래하는 자리에서 
그대를 따라 외람되이 구앵(求鶯)의 우정을
맺게 된 이래 한 마디 말로 서로 뜻이 합하매 
결연은 금란지교보다 두텨웠으나
모든 일이 내 맘과 같지 않아 의지함은
실로 옥수(玉樹)에게 부끄러웠습니다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 
머리가 휠 때까지 변치 말자는 
깊은 맹세를 함께 하였고
먹으로 춤추고 붓으로 노래 부르며 
함께 홍심(紅心)을 쏘았지만 
서성(西城)의 즐거운 만남이 
다하지도 않은 사이에 
갑자기 남국으로 멀리 떠남을 
탄식하게 되었습니다
하늘가에 구름 멈춤은 
도연명이 시 정운(停雲)에서 
친구와의 이별을 원망함 바였고 
강동(江東)의 해가 저뭄은 
두자미가 이백을 그리워하던 꿈이었소
기러기 왕래가 끊어지고 
잉어가 깊이 잠겻음에
멀리서 올 편지를 기다리며 애태우고
꽃 밝고 버들 그늘진 때 
돌아올 기약을 되새기며 머뭇거렸으나 
그대는 오지 않고 이 한 해도 저물었습니다 
붉은 전지에 계문(啓文)을 닦을 때 
진실로 변려문의 훌륭함을 흠모하였고 
푸른 풀의 시기를 어겼음에 
덕음이 한결같지  못함을 사뭇 개탄합니다 
이에 검은 오사란(烏絲欄) 줄 쳐진 
서간을 끊어서 역사(驛使)의 대통에 부쳐 보냅니다
- 최구서(崔龜瑞)에게 보낸 간찰 중에서 -
작성자/심여수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심여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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