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잎 - 김용택
잎을 내리며, 온몸이 출렁거리는 봄이 오겠지
한 잎 몸을 숨기고 가만히 강물을 내려다보다가
새끼손가락 끝으로 너는 너를 가만히 건드려본다
네가 일으킨 몇겹 물결은 저 건너 강기슭에 닿아 사라지고
네 모습은 네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너를 본다
너는 너를 보느냐
저 깊고 깊은 강물 속에 아른거리는 봄을 너는 잡으려느냐
온몸이 출렁이는 봄이 오겠지
흔들리지 않고는 못 배길 숨 막히는 봄이, 네 몸 끝까지 타고 오르겠지
손을 다오
빛 좋은 봄날은
바람도 좋다
한손 끝에 닿는
네 허리살을 헤치고
한 잎 한 잎
또 한 잎
새눈은 튼다 *
* 김용택시집[수양버들]-창비
* 그 꽃집
그대가 가만히 바라보는
그 꽃이 나여요.
그 꽃이 나랍니다.
웃어주세요.
"여기 사람이 없네."
그 강길 호젓한 산길 모퉁이 돌아서며
입 맞출 때, 눈이 감겨오던 그때,
물에 내리는 물오리 소리 가만히 들렸지요.
사랑합니다.
그대가 지금 가만히 바라보는
그 꽃이 나랍니다.
그 꽃집에
그꽃들
웃어주세요. *
* 지금
지금 내 곁을 스치는
작은 바람결에도 나는
당신을 봅니다
봄바람인 걸요
지금 내 곁을 스치는
작은 바람결에도 나는
당신을 봅니다
꽃이 핀 걸요 *
* 처음 본 날
처음 본 날 웃었지요.
먼 데서 웃었지요.
가만가만 웃었지요.
꽃잎 내린 강물처럼 잔물결이 일었지요.
발밑에서 일었지요.
날리는 꽃잎처럼 발길에 밟혔지요.
한 잎 한 잎 또 한 잎 뚝 뚝
떨어져 내 눈에 밟혀서
오!
봄이여!
꽃구경 가다가
날 저물어
길 잃고
나는
너를
얻었네. *
* 그때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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