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첫사랑 시 모음

효림♡ 2010. 4. 26. 08:13

 

* 첫사랑 - 용혜원 

볼이 빨개졌지요 

가슴이

두근 두근대며

마구 뛰었지요
누가

내 마음 알까
숨고만 싶었지요

 

* 첫사랑 - 안도현  

그 여름 내내 장마가 다 끝나도록 나는

봉숭아 잎사귀 뒤에 붙어 있던

한 마리 무당벌레였습니다


비 그친 뒤에, 꼭

한번 날아가보려고 바둥댔지만

그때는 뜰 안 가득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

 

* 첫사랑 -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

 

*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

 

* 첫사랑 - 김용택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

 

* 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

 

* 첫사랑 - 이외수

이제야
마음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푸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

 

* 첫사랑 - 조병화

밤나무숲 우거진
마을 먼 변두리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 소리
유월 논밭에 깔린
개구리 소리

아, 지금은 먼 옛날
하얀 달밤
밤꽃 내
개구리 소리

 

* 첫사랑 - 김소월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
 

 

* 첫사랑 - 유재영   
마알간
햇빛 속을
혼자 우는
새가 있다
 
부드러운
물소리에도
금이 가는
돌이 있다
 
첫사랑
모올래 숨긴
단물 들던
그 가을! *

 

* 첫사랑 사람은 - 박재삼

첫사랑 사람은

입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나도 딴 곳을 보고 있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 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 

* 박재삼시집 -범우사

 

 

* 첫사랑 - 윤보영 

나를 생각하면

꽁꽁 언 네 마음에 싹이 돋는다 했지

한 술 더 떠, 나는

꽃까지 피었다 했어

 

네 생각하다 보니

수없는 꽃이 지고

그리움만 열렸는데

내 마음 받아 줄 너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

 

* 첫사랑 - 이병률

젊은 날 우리 한 사랑을 돌아보지 마오

 

눈 비비면 후두둑 떨어지는 소금 같은 시절

뙤약볕 아래

물 새는 병을 쥐고 서서

뽑을 것처럼 머리채를 움켜쥐고 극치를 맞던

몸부림을 곱씹지 마오

 

몸 구석구석 철조망에 긁힌 자국과

쳐낸 살점들 자리

몸에 박혀드는 못냄새를 맡는 일처럼

젊은 날 묶어 치운 열매들을 꺼내지 마오

 

단 우리가 열일곱으로 돌아갈 것인가만 생각하오

이 세상 다 신어야 할 구두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

이마에 내려앉은 슬픔의 그림자 따라

좋은 옷 한 벌 훔쳐 내달릴 수 있을 것인지

문득 우리가

우리가

열일곱 살로 돌아가

첫 술을 마신다면 *

 

*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나부끼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 위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밴발의 풀잎의 바람 위의 반짝이는 소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

 

*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격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 첫사랑 -J.W. 괴테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첫사랑의 그 시절을,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달콤했던 그시절을.

 

나는 오늘도 쓸슬히

아픈 상처 기르고 있네.

하루하루 탄식하며

잃어버린 사랑 슬퍼하네.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즐겁던 그 시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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