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西歸浦 - 이동주
못 믿으리......
隆冬 벚꽃의 달밤보다 밝다니
귀가 얼어 오던 길이 한 발은 눈보라요 한발은 꽃 그늘
낭기마다 물 먹어 부풀고 새소리 銀방울을 찼다
눈 구덕에 蜜柑이 익고 동백꽃 내내 참나무 숯불일세
마소를 굴레 없이 자랑자랑 밖으로 몰면 짐승도 수말스러 애먹지 않는다
여기 오면 주름이 펴진다 흰머리도 검어지고
아슬한 그리움 귓전에 설레나 나는 어쩌지 못한다
이제 돌아간들 쓸쓸히 갔노라는 옛 사람
생소한 강산에 어릿어릿 내가 白鷺보다 희려니.....
버릇없이 早白한 아이놈도 흰 바돌을 사양치 않으렸다
어질고 착한 청춘이 이곳 風土래야 할 말이면
"비린 것 날로 먹고 내 여기 살래" *
*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銀魚떼
삐삐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응 가응 수워얼래에
목을 빼면 설음이 솟고.....
白薔薇밭에
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
* 뜰
고이 쓸어 논 뜰 위에
꽃잎이 떴다
당신의 신발
동정보다 눈이 부신
미닫이 안에
나의 반달은 숨어.....
이제사 물오른
버들같은 가슴으로
나는 달무리 아래 선다 *
*散調 1
마른 잎 쓸어 모아 구들을 달구고
가얏고 솔바람에 제대로 울리자
풍류야 붉은 다락
좀먹기 전일랬다
진양조, 이글 이글 달이 솟아
중머리 중중머리 춤을 추는데
휘몰이로 배꽃같은 눈이 내리네
당! 흥.....
물레로 감은 瘀血, 열두 줄이 푼들
강물에 띄운 情이 고개 숙일리야
학도 죽지는 접지 않은 원통한 강산
웃음을 얼려
허튼 가락에 눅혀 보라
이웃은 가시 담에 귀가 멀러
홀로 같힌 하늘인데
밤새 내 가얏고 운다
* 대흥사
그늘이 아니라
아늑한 품안이다
깊은 골 산새들이
예사로 따르는데
이끼입은 바위틈에
물맛이 달다
머리를 배코로 치고
대추나무 지팡이로 턱을 고이면
구름도 마음놓고
쉬어간다
蔈古 맛에
연사흘 게을렀더니
배꼽이 열리도록 살이 쪘다 *
* 달아
달아
초가을 여문 달아
송편 빚는
보름달아
거울같이
맑은 달아
언덕 위에 치솟으면
멍석만하고
소나무 가지에 걸리니
모란송이만하다
가아응 가아으응
수워얼래에
쟁반에 놓인 구슬이
어쩌자고 저리 슬프다냐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시름이 칭칭 감기네
달아
어여삐 자란 달아. *
* 婚 夜
琴瑟은 구구 비들기.....
열두 屛風
疊疊山谷인데
七寶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公主오니까
다소곳 내 앞에 받들었소이다
어른일사 圓衫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香囊이 애릿해라
黃燭을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情話가 스스로워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내사 스스로 義의 長劍을 찬 王子
어느새 늙어 버린 누님같은 아내여
쇠갈퀴 손을 잡고 歲月이 원통해 눈을 감으면
살포시 찾아오는 그대 아직 新婦고녀
琴瑟은 구구 비들기 *
* 이동주시집[이동주시집]-범우문고63
* 이동주(李東柱)시인
-1920~1979년 전남 해남 사람
-1950년 [문예]지에 [황혼][새댁][혼야] 등단 , 1962년 전남 문화상, 1960년 한국문인협회상 수상
-시집 [혼야][강강술래][이동주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