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엄니의 화법 - 이정록

효림♡ 2010. 9. 10. 22:19
* 엄니의 화법 - 이정록 

  

추석 맞아

장발에 파마하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너는 농사도 안 짓는 애가

   왜 검불은 이고 댕기냐? 하신다

 

글도 안되고

이러저러 마음 시려서 몇달 만에

머리 깎고 다시 찾았더니

 

    나라 경제가 어렵다 하드만, 그새

    농사채 다 팔아먹었냐? 하신다 

 

넉 달 전 말씀 

어찌 기억하고  바깥쪽 댓구를 단다   

배냇짓부터 가르쳐준 엄니와 말싸움 해봐야 뭐하나?

선산 쪽에다 혼잣말 던진다

 

     엄니가 내 땅 다 훑어갔구먼

     머리칼에 불두화 수북헌 거 보니께

 

뽑지도 않은 배추밭에 함박눈 내린다

하느님도 농사채 다 팔아잡쉈나?

그득그득 내려앉는 하늘 검불들 *

 

* 이정록시집[정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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