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니의 화법 - 이정록
추석 맞아
장발에 파마하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너는 농사도 안 짓는 애가
왜 검불은 이고 댕기냐? 하신다
글도 안되고
이러저러 마음 시려서 몇달 만에
머리 깎고 다시 찾았더니
나라 경제가 어렵다 하드만, 그새
농사채 다 팔아먹었냐? 하신다
넉 달 전 말씀
어찌 기억하고 바깥쪽 댓구를 단다
배냇짓부터 가르쳐준 엄니와 말싸움 해봐야 뭐하나?
선산 쪽에다 혼잣말 던진다
엄니가 내 땅 다 훑어갔구먼
머리칼에 불두화 수북헌 거 보니께
뽑지도 않은 배추밭에 함박눈 내린다
하느님도 농사채 다 팔아잡쉈나?
그득그득 내려앉는 하늘 검불들 *
* 이정록시집[정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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