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시를 다 지우다 - 장석남

효림♡ 2010. 9. 10. 22:13

* 시를 다 지우다 - 장석남  

 

새벽빛도

홑겹만 남고

 

시인으로서도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뿐인 자리에 떨고 앉아

공복을 즐기다

 

언제 스민 건가?

먹물 스민 손톱을 보며

그믐달처럼 웃는다

 

공복 창자의 이랑마다

무슨 꽃씨를 뿌릴까

무슨 망아지를 풀어볼까 

 

시의 나라의 국경을 부수고

시의 마을의 약도를 지우고

시를 지우고

시의 자리에 앉아

어라,

아침이 와서

함께 덜덜 떨 *

 

* 장석남시집[뺨에 서쪽을 빛내다]-창비

*사진-동아일보에서 펌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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