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
* 신현림시집[해질녘에 아픈 사람]-민음사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애가 - 이준호 (0) | 2010.09.14 |
---|---|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나태주 (0) | 2010.09.11 |
엄니의 화법 - 이정록 (0) | 2010.09.10 |
시를 다 지우다 - 장석남 (0) | 2010.09.10 |
호박꽃 - 윤봉한 (0) | 201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