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진달래 시 모음

효림♡ 2011. 3. 25. 13:19

*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 진달래꽃 - 정지용 

  한 골에서 비를 보고 한골에서 바람을 보다 한골에 그늘 딴골에 양지 따로 따로 갈어 밟다 무지개 해ㅅ살에 빗걸린 골 山벌떼 두름박 지어 위잉 위잉 두르는 골 雜木수풀 누릇 붉읏 어우러진 속에 감초혀 낮잠 듭신 칙범 냄새 가장자리를 돌아 어마 어마 긔여 살어 나온 골 上峯에 올라 별보다 깨끗한 돌을 드니 白樺가지 우에 하도 푸른 하눌......포르르 풀매.....  온산중 紅葉이 수런 수런거린다 아래ㅅ절 불켜지 않은 장방에 들어 목침을 달쿠어 발바닥 꼬아리를 슴슴 지지며 그제사 범의 욕을 그놈 저놈하고 이네 누었다 바로 머리 맡에 물소리 흘리며 어늬 한곬으로 빠져 나가다가 난데없는 철아닌 진달래 꽃사태를 만나 나는 萬身을 붉히고 서다. *

 

* 진달래꽃 - 곽재구 
마음을 바쳐 당신을 기다리던 시절은 행복했습니다.오지 않는
새벽과 갈 수 없는 나라를 꿈꾸던 밤이 길고 추웠습니다.천 사
람의 저버린 희망과 만 사람의 저버린 추억이 굽이치는 강물
앞에서 다시는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당신의 옛 모
습을 꿈꾸었습니다. 천 송이 만 송이의 슬픔이 꺾인 후에 우리에
게 남는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였습니다.그리고 이 깊은
부끄러움이 끝나기 전에 꼭 와 줄 것만 같은 당신의 따뜻한 옷
자락을 꿈꾸었습니다.

지고 또 지고 그래도 남은 슬픔이 다 지지 못한 그날에
당신이 처음 약속하셨듯이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산이거나 강이거나 죽음이거나 속삭임이거나
우리들의 부끄러움이 널린 땅이면
그 어디에고 당신의 뜨거운 숨결이 타올랐습니다. 

 

* 진달래 - 박남준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 진달래 - 조연현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먹을수록 배고픈 꽃 *

 

* 진달래 - 피천득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소 *

 

* 진달래 - 조병화  

날더러 어찌하라고

난 어찌하라고

진달래는 저렇게 고운 연분홍으로

확, 피어나는가

 

바람에 파르르 떨며

이른 봄빛에 사르르 알몸을 떨며

무거웠던 그 겨울을 활활 벗어버리고

연분홍 연한 맨살로

만천하에 활짝 헌신하는 이 희열

 

아, 난 어찌하라고

날더러는 어찌하라고.

 

* 진달래 - 신경림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

* 신경림시집[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랜덤하우스
 

* 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 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산사태 - 오세영  

그의 가슴에 타오르는 그리움을
철쭉이라 부르다가,
그의 가슴에 타오르는 사랑을
진달래라 부르다가,
끝끝내
돌아앉아버린 산
산은
밤하늘에 별만을 진실이라 믿지만
초록으로 벙그는 육신을 안고
어떻게 사나,
기다림 절정에서 터지는 격정.
봄비는 폭우로 쏟아지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산사태.
 

 

* 너무도 슬픈 사실 -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 박팔양(朴八陽)(1905~월북)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루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노래하기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처럼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처럼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것이외다  

 

친구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다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 전에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 쓸쓸하게 피어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진달래꽃을 보셨으리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그러나 진달래 꽃은

오려는 봄의 모양을 그 머릿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 것이외다

"오래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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