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감나무 시 모음

효림♡ 2011. 5. 4. 08:31

* 감꽃 - 도종환 

하늬바람에 감꽃이 노랗게 집니다
떨어진 감꽃을 모아 아이와 소꼽놀이를 합니다
감잎으로 부채를 부치며 아이는 좋아라 합니다
감꼭지도 주위와 돌 위에 쌓으며
하나에서 열까지 세어봅니다
가끔씩 바람이 몰려가다 감잎에 걸리면
머리 위에서 왁자지껄 감잎이 떠들고
슬픔을 가리듯 감잎으로 하늘을 가리고
혼자 울던 제 울음소리를 아이는 조금씩 잊습니다
하늬바람에 감꽃이 노랗게 집니다 *

 

* 감꽃 - 송수권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아이들 두셋이 짚오리에
타래 타래 감꽃을 엮어 목걸이를 꿰면서
돌중 흉내를 내고 있다
감꽃 속에 까치발 뒤꿈치도 묻히는 게 보이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도
크림색 밝은 향기에 실리면서
오월의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감꽃 줍는 애들 곁에서
하나 둘 나도 감꽃을 주우면서
금목걸이를 목에 두를까
금팔찌를 두를까
능구렁이 같은 나의 어두운 노래 끝도
실리면서
밝은 햇빛 속에
또록또록 눈을 뜬 감꽃이 지고 있다 *

 

* 감꽃 -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 감꽃 - 손택수 
1
감꽃 핀다, 어디선가 소식 없는 사람들 편지라도 한 장 날아들 것 같다.
사람도 집도 땟국물이 흐르는 기차깃 옆 오막살이
기우고 기웠지만 어딘지 정이 헤퍼 보이는 철망을 달고
옥수수 한줌 쌀 한줌 가난을 폭죽처럼 터뜨리던
뻥튀기 할아버지, 잠들어 계신 언덕일까
아지랑이 아지랑이 마술의 주문이 오르고
햇빛에 달궈진 선로 끝 아득히 멀리서부터 기적이 울리면
뻥 튀긴 희망에 주린 배를 달래본 적 있니, 설사를 하며 속아본 적 있니
속을 줄 알면서도 튀밥이 튀면 허천나게 달려든 적이 있어!
꽃이 튄다, 저만치 떨어져서 귀를 막는다.
너를 묻는 땅속 꽃씨 한줌도 성급하게 피어날까
튀밥처럼 뻥 하고 튀어오를까, 귀청이 다 떨어지도록
치밀어오는 그리움, 아그데 아그데 감나무 굶주린 꽃이 핀다
2
감나무 아래 들이 잠에 들고 싶다
떨어진 풋감처럼 떫디떫은 잠이라도
헤 입 벌린 채 빠져들고 싶다
밭일 간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아가 울지 마라, 자꾸 울면 쐐기가 떨어진다  
이파리도 다독다독, 자장가를 불려주던
乳母의 품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다
헤 벌린 입에 젖을 물려주기 위해
흘러내리는 젖을 입속에 넣어주기 위해
아래로 축 처져 있던 감나무 가지 아래

* 손택수시집[호랑이 발자국]-창비

 

* 감꽃 - 장석남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엔

이 세상에 와서 울음 없이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

 

감꽃이 저렇게 무명빛인 것을 보면

지나가는 누구나

울음을 청하여올 것만 같다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는 마당에

무명 차양을 늘인 셈이다

햇빛은 문밖에서 끝까지

숨죽이다 갈 뿐이다

 

햇빛이 오고

햇빛이 또 가고

그 오고 가는 여정이

다는 아니어도 감꽃 아래서는

얼핏 보이는 때가 있다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

* 장석남시집[젖은 눈]-문학동네

 

* 감꽃 목걸이 - 복효근 

"감꽃은 먹을 수 있는 꽃이란다"
가르치며 아삭 씹어서 먹어보이는데
딸아이는 "너무 예뻐 못 먹겠어요" 한다
순간
입 가득 고이는 꽃의 피.....
그래, 먹을 수 있다는 말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꽃은 꽃이라고
내 황량한 미학을 수정하면서 
꽃으로 피어나는 내 딸아이에게 
감꽃 실에 꿰어 목걸이를 둘러주고 싶었다 *

 

* 늦여름 저녁 - 안도현

마당에 풋감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진다


쿵, 하는 그 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탕아가 때늦게 제 이마를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낯선 지구의 산기슭에 별똥별이나 번갯불이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한데,
어쨋거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거니 했는데


문득 그 소리를 혼자 서서 들어야 하는,
감을 쥐고 있다가 어떻게 그만 떨어뜨려버린 감나무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방문을 열고 감나무 아래로 걸어가서
풋감,
먹지도 못하고, 다시 어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쿵, 하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할 으깨진 풋감을 주워 들고
기분 좋게 담 밖으로 멀리 내쏘아 버릴까 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보았던 것이다
감나무가 구부정한 팔을 뻗어 이리저리 손을 내두르면서
풋감을 찾고 있는 것을


날은 점점 어두워오고,
눈이 침침해진 감나무는 내 손을 한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

* 안도현시집[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 감나무 한 그루 - 이준관   

이 가을 나에게는
감나무 한 그루 있어
외롭지 않네 

이 나무 아래서
감꽃을 주우며
그리움을 알았고 

여드름처럼 덜 여문
푸른 감 떨어지는 소리에
첫새벽 푸르게 눈뜨는 법을 배웠네 

바람에 살랑대던 감잎들 
감나무에 매달려
삐걱거리며 즐겁게 노래하던
내 푸른 도르래여 

감나무 그늘에서 속살거리던
귀밑이 홍시처럼 빨개지던 사랑 
그 사랑의 말이
감을 빨갛게 물들이고 

태양은
감을 딸 긴 장대처럼
감나무 끝에 걸쳐 있네 

이 가을 내 혀 밑에서
감씨 하나 여물어가고 
감을 딸 긴 장대 하나 있어
외롭지 않네 *

 

 

* 감이 붉으면 - 신경림 

전실 딸 셋의 철물점 주인 중늙은이한테 후살이를 간 전화교환원
을 지낸 새파란 전쟁 미망인이 좋아서 
그 옆 두 평짜리 가게에서 풀빵을 굽던 머리 검노란 그녀의
동생이 더욱 좋아서 
인사 한번 옳게 않다가도 밥사발이 비면 주걱으로 채워주
던 두 볼이 붉은 상밥집 젊은 새댁이 좋아서 
늙은 나무에 감이 익는 청국장 냄새가 짙게 배었던 그 집
널따란 마당이 더더욱 좋아서 
그래서 더욱 슬펐던 내 산읍에서의 한철.....

 

시외로 가는 완행버스를 탄다. 한 백리 가서 내리면 퇴락한

장터, 골목으로 접어들면 상밥집도 있겠지, 청국장을 끓여

달래 요기를 하고, 그리고 걷자, 해 떨어지기까지, 그 산읍

에서처럼, 담 넘어오는 따뜻한 숨소리를 엿들으며

감이 붉으면 * 

 

* 십오 촉 -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
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 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커져 있다 *

 

* 감 따는 사람 - 이선영

당신은 감나무에 올라 감을 따고
나는 멀찌감치 앉아서 감 따는 당신을 바라보네

창백한 은사시나무 옆에 주렁주렁 혈색 좋은 감나무
나는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데
아니, 열매는 바라보아야 좋은 것인데
당신은 열매란 꼭 거둬들여야 한다고

감을 달았다는 까닭에 지금 당신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그 감나무처럼
당신도 나무라면 열매를 줄 수 있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겠지
그렇다면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어

당신이 낑낑대며 감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베면서 감을 따듯
생을 따고 시를 따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과 당신의 감나무가 함께 겪는 노고를 더러는 안타깝게, 더러는 무료하게 바라보며
햇빛 받아 빛나는 은사시나무의 평화와 고요와 무료함이 생이자 시이기를 바라는 사람

감을 따고 있는 당신과 다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의 그저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 거리
나란히 서 있는 주황 감나무와 하얀 은사시나무의 그냥 그대로가 좋은 거리

* 이선영시집[포도알이 남기는 미래]-창비

 

* 감나무 - 배한봉 
이 열매를 탐욕이라 말한다면
기꺼이 다 떨구고 말겠네
그래서 홀가분해질 수만 있다면
몸 달구는 햇볕도 뿌리치고 겨울을 맞겠네
어디 비바람 겪지 않은 삶이 있겠나
음푹 패인 뿌리야 나뭇잎 털어 덮으면 그만이지
이 가을, 내 영혼이 빛나는 것은
열매 때문이 아니라 가난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운명의 무게 때문이라네
내 가지 위 까치 둥지를 달빛이 보살펴주는 것 또한
식구 하나쯤은 건사할 줄 아는
튼튼한 밑둥지가 있기 때문이라네

지금 나는,
시퍼런 창공에 탱글탱글 폭약 같은 홍시 한 알 걸어두고
언제 터트릴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네 *

 

* 감나무 - 고진하

우리 집 뜰의 감나무,
저 나무는 온종일 햇빛 목걸이를 걸치고 있네.
밤이 되면 그 목걸이 미련 없이 벗어주고
잎새마다 달빛 팔찌를 걸치고 있다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보석,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함박꽃 장식이 그럴 듯하지만

우리 집 뜰의 감나무,
제 몸에서 피워낸 진초록빛 잎새와 흰 꽃과
열매만으로도 만족의 예술가라네.
가을이 깊어져 잎새들 다 떨어지고
까치밥 몇 개만 매달려 있어도
그 환한 빛 

인간이 켜둔 어떤 등불보다 밝네.

 

우리 집 뜰의 감나무,

오늘 나는 그 환한 빛의 사원(寺院)에 까치밥으로

대롱대롱 매달리고 싶네.

나를 통째로 내어주고도 넉넉한

만족의 예술가이고 싶네. *

 

* 감나무 -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 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

 

* 늦가을 감나무 아래서 - 김영준 

삶의 감이 잡히지 않는 날

감나무 아래 선다

 

감나무 가지에 눈을 올리면 알 수 있을까

그런 기분으로

늦가을 햇살의 따뜻함도 잠시 젖혀 둔다

 

비워가면서 채워간다는 홍시 두어 개

그러나 점점 점액질이 되었다가

마지막엔 물인 듯 흘러내려 묵묵히

하강하는 몸짓들 보면

하향하여 묽은 똥이 되어가는 몸짓들 만나면

실은 채워가면서 비워가는 홍시임을 알겠다

 

그래, 저렇게 소진하는 방법도 있음을

단단하게 익었다가 묽게 물이 되어 흐르고

끝내 거름이 되어가는 일도 있음을

그 몸 하나로 조용히 보이고 있다

 

늦가을 햇살이

늙은 감나무에 닿아 마음 고즈넉한 날

 

* 홍시 - 정일근  
양산 신평장 지나다 홍시장수 만났네
온전한 몸으로 늦가을에 당도한 감의 생애는
붉은 광채의 詩처럼 눈부셨네
신평은 아버지 감꽃 같은 나이에 중학을 다니셨던 곳
그러나 아버지의 생 너무 짧아
붉게 익기도 전에 떨어져버린 풋감이었네
헤아려보니 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올해 甲年
홍시를 좋아하실 연세, 드릴 곳 없는 홍시 몇 개 사며
감빛에 물들어 눈시울 자꾸 붉어졌네

 

* 청시(靑枾)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

 

* 까치밥 - 조창환  

잎 다 떨군 감나무 위로 수정 같은 맑은 하늘

빨간 까치밥 몇 알 등불처럼 걸려 있네

저 까치밥, 깨끗하고 간절하기

가난한 과부의 동전 두 닢 같아라 *

 

* 여백 - 조창환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몇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寂滅)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칼 빛 오래 삭혀 눈물이 되고
고요 깊이 가라앉아 이슬이 될 때
묵언(黙言)으로 빚은 등불
꽃눈 틔운다
두 이레 강아지 눈 뜨듯

이 차갑고 명징한 여백 앞에서는
천사들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

 

* 우금치 감나무 - 도종환 
 우금치 넘다가 골짝에서 감나무 몇그루 보았어요 이파리는 다 지고 저녁노을 얼굴마다 받으며 주홍 주홍으로

열린 감들이었는데요 하루 종일 고갯마루에다 돌탑을 쌓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쌓고 있는 이 나라 방방곡곡

에서 모인 단단한 돌들 만나고 와서인지요
 한가을 다 가도록 우금치 감나무는 내 가는 곳마다 나를 쫓아와서 내 몸 구석구석 주홍빛 등불을 켜며 무슨

소리를 내는 거였어요


 좋은 세상 오길 바랐는데 이런 소리도 들리고 그때 서울까지 밀고 올라갔어야 하는 건데 아직도 때가 아닌 걸까
자아 이거나눠먹세 그렇게 감 한톨 쪼개지는 소리 들리고 그리고 일제 기고나총 소리 상수리나뭇잎이 치를 떨며

땅에 내리는 소리 순보야 엄니이 이런 외마디 소리 들리고 두고온 어린 아내와 죽창 끝에 빛나던 시월의 마지막

햇살 시리도록 푸르던 잠깐의 그 가을 하늘이 끄응 하고 속울음 삼키며 돌아눕는 소리가 들렸어요


 채 목을 넘어가지 못했던 감씨 한개 발등에 떨어져 짚신 속에 끼였던 또 한개 그 골짝에서 농군의 아픔과 함께

낙엽에 덮이고 땅에 묻히어 세월 숨죽이고 있다가 어느 해 봄 사월 다시 땅 갈아엎는 젊은 농사꾼 쇠스랑에 얼굴

내밀고 뿌리를 내렸을까요
 해마다 시월이면 충청도 전라도 고갯길 너머 저녁노을 묻힌 채 내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등불 내거는 우금치 감나무 *

* 도종환시집[부드러운 직선]-창비

 

*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 고재종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나 굵은 것이나 아예 실가지거나 우듬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놓는 법이 없이 제 숨결 닿는 만큼의 찰랑한 허공을 끌어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대거나 휙휙 후리거나, 제 깜냥껏 한세상을 흔들거린다.//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
더더욱 그 실가지 하나에 앉은 조막만한 새의 무게가 둥치를 타고 내려가, 칠흑 땅 속의 그 중 깊이 뻗은 실뿌리의 흙샅에까지 미쳐, 그 무게를 견딜 힘을 다시 우듬지에가지 올려보내는 땅심의 배려로, 산 가지는 어느 것 하나라도 어떤 댓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당참을 보여주는가.//
아, 우린 너무 감동을 모르고 살아왔느니.

* 고재종시집[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시학사

 

* 감나무에 대한 기억 - 문무학  
감나무, 감나무 떠나온 집 늙은 감나무
할배같고 아비같이 푸근하고 넉넉했지
잎 피워 그늘 내리고 곷 피우고 감을 달던,
감꽃이 필 무렵엔 소쩍새가 울었지
이산 소적 저산 소쩍 골골마다 소쩍소쩍
소쩍새 울어 떨군 꽃, 그 꽃 주워 먹었지.
비바람 이기느라, 버티다가 악을 쓰던
오기로 속 살 채운 풋감의 막무가내
사는 건 그런거라고 요량없이 믿었지.
너른 잎 떨어져서 '할말 많다' 버석댈 때
청명한 하늘 이고 뉘우치듯 익던 홍시
한 세월 삭히고 삭힌 체념으로 읽었지.
떨구고 버리고 다 주고 난 겨울날엔
하늘을 생채기 내는 무수한 잔 가지들
눈물로 건너야하는 그 길인걸 알았지.

 

* 환합니다 - 정현종 
환합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간 불꽃이,
수도 없이 불을 켜
천지가 환합니다.
이 햇빛 저 햇빛
다 합해도
저렇게 환하겠습니까.
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와도
따지 않고 놔둡니다.
풍부합니다.
천지가 배부릅니다.
까치도 까마귀도 배부릅니다.
내 마음도 저기
감나무로 달려가
환하게 환하게 열립니다.

* 감새 - 박용래

감새

감꽃 속에 살아라//

주렁주렁

감꽃 달고//

곤두박질 살아라//

동네 아이들

동네서 팽이 치듯//

동네 아이들

동네서 구슬 치듯//

감꽃

노을 속에 살아라//

머뭇머뭇 살아라//

감꽃 마슬의

외따른 번지 위해//

감꽃 마슬의

조각보 하늘 위해//

그림 없는

액자 속에 살아라//

감꽃

주렁주렁 달고//

감새, *

* 양병호저[그리운 詩, 여행에서 만나다]-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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