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상사화 시 모음

효림♡ 2011. 5. 6. 17:35

* 상사화(相思花) - 구재기(丘在期)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네 또한 흔들리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속의 날 지우는 것이다 *

 

* 상사화(相思花) - 홍해리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 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것을! *

 

* 상사화 - 나호열   
  하행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회덕인터체인지에
서 호남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논산, 익산, 고개 숙인 만경
강 슬쩍 곁눈질하고 김제나 태인 그렇지 않으면 정읍에
서 고창, 영광 쪽으로 빠져 이십칠 킬로 선운사 앞마당
  사랑, 사랑 말들 많지만 전국 사랑을 볼 수 있다기에
동백꽃 지고 잎만 푸르른 날을 골랐네
  봄이면 수줍은 듯 가녀린 이파리 몇 촉 올라오고 시들
고 한참 뒤 그자리에 더 수줍은 꽃이 피어 무엇이 몸이
고 마음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데 잎 지고 꽃 진 자리 서
성거리는 한여름 늘어진 두 그림자 우리가 그런 사랑 아
닌가 정말 아닌가

* 선운사 상사화 - 정호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 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 상사화 - 이명수  

속내를 드러내지 말라고

아리고 쓰려도 감추고 살라고

귓속말로 타일렀건만

배롱나무 꽃 진 자리

붉은 속살 들키고 마는 걸

어찌하랴

죽어도 끝내 병이 될 바에야

살아서 한철

주체할 수 없는 화냥기로

제살 태워 몸이라도 풀고 가야지

 

*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 석산꽃 - 박형준 
한 몸 속에서 피어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 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 * 

 

* 시(詩)를 찾아서 - 정희성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가지지 못한 채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 슬픔의 힘 - 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 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구는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은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한 지상의 모든 일들은 

해골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뼈아픈 사랑 없이는 

어떤 하늘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밤이 오고 

마지막 새소리 떨어져내릴 때 *

 

* 상사화 - 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

 

* 작은 위로 - 이해인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주시구요

아름다운 죄가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보고 싶은 하느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어서 저를

일으켜주십시오

지혜의 웃음으로

저를 적셔주십시오 *

 

* 무인도 - 도종환 
너의 운명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육지의 발끝에라도 달려가 붙어 있거나
아니면 물 속으로 차라리 잠겨 버릴 일이지
이만큼 거리를 두고 외따로 떨어져
댓잎으로 바람 향해 울을 치고
아침바다같은 것들만 네게 오게 하는 것이
오지 못하게 한 것들로 한없이 외롭게 사는 것이

너의 운명은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떠나온 곳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버리거나
아니면 네 기슭에 인가 몇 채라도 지어
고즈넉한 사람 한둘쯤은 살게 할 일이지
제 깊은 곳에 상사화 몇 포기 자라게 하고
저녁마다 언덕 위에 왕달맞이꽃 키우면서도
바위너설이 물살에 다 문들어지도록 홀로 사는 것이

부드러운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댓잎같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

 

* 석산(石蒜) (꽃무릇) -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절에서 흔히 심고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꽃은 9∼10월에 붉은 색으로 피고 잎이 없는 비늘줄기에서 나온 길이 30∼50cm의 꽃줄기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 상사화 - 수선화과에 속하는 구근류로 봄에 선명한 녹색의 잎이 무더기로 중앙을 중심으로 하여 양쪽으로 붙어나고,

꽃은 6월에 잎이 말라없어진 다음, 7∼8월에 꽃대가 50∼60㎝ 길이로 나와, 그 끝에 4∼8송이의 꽃이 피며
잎과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다 

 

* 상사화와 꽃무릇

상사화와 꽃무릇은 잎과 꽃이 따로 핀다는 점에서 같다. 둘 다 수선화과의 알뿌리식물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하지만 상사화는 봄에 잎이 돋았다가 진 후, 여름에 꽃이 핀다.

꽃무릇은 9월 중순께 꽃이 먼저 피었다가 시든 후 비로소 잎이 돋는다.

꽃 색깔도 다르다. 상사화는 희거나 분홍색 혹은 노란색 계통이지만 꽃무릇은 붉은색이다.

상사화는 붉노랑상사화, 진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제주도상사화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색깔과 꽃 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꽃무릇이 필 때는 이미 모든 종류의 상사화는 이미 꽃이 진 이후이다. -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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