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장미 시 모음

효림♡ 2011. 6. 1. 08:08

* 장미 - 모윤숙 

이마음 한편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없는 벌
하늘 티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있다.

너의 뿌리는 내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눈이 감기기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안에서만 필수 있다
봄없고, 비없고, 하늘없는 곳
불행한 내마음에서만 피여간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너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 장미 - 송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

* 신경림[처음처럼]-다산책방

 

* 내 가슴에 장미를 - 노천명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나는 두견!
내 가슴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 장미에게 - 신경림 
나는 아직도 네 새빨간
꽃만을 아름답다 할 수가 없다,
어쩌랴, 벌레 먹어 누렇게 바랜
잎들이 보이는 데야.
흐느끼는 귀뚜라미 소리에만
홀릴 수가 없다,
다가올 겨울이 두려워
이웃한 나무들이
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꽃잎에 쏟아지는 달빛과
그 그림자만을
황홀하다 할 수가 없다,
귀기울여 보아라,
더 음산한 데서 벌어지는
더럽고 야비한 음모의 수런거림에.

나는 아직도
네 복사꽃 두 뺨과
익어 터질 듯한 가슴만을
노래할 수가 없다,

어쩌랴, 아직 아물지 않은
시퍼런 상처 등 뒤로 드러나는 데야,
에써 덮어도 곪았던 자욱
손등에 뚜렷한 데야.

* 장미와 더불어 - 신경림 
땅속에서 풀려난 요정들이
물오른 덩굴을 타고
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다람쥐처럼 까맣게 올라가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고는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뜨면 아
저 황홀한 땅 위의 아름다움

너희들 더 올라가지 않고
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려
꽃이 된들 누가 탓하랴
땅 속의 말 하늘 높은 데까지
전하지 못한들 누가 나무라랴
발을 구르며 안달을 하던 별들
새벽이면 한달음에 내려오고
맑은 이슬 속에 스스로를 사위는
긴 입맞춤이 있을 터인데 *

* 신경림시집[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랜덤하우스

 

* 장미 - 용혜원     

욕심이었습니다.

나만이 소유하기에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다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을

홀로 갖고자 하면 할수록

상처의 아픔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통하여

사랑의 진실을 알았습니다.

나만의 사랑으로만 만들면

아름다움도 고통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입니다.

그대의 사랑을 나누면

나만의 기쁨이 아니라

서로의 기쁨이 되고

우리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랑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 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 장미 한 다발 - 이수명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 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 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 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 오광수엮음[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

 

*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 장미의 날 -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 놓고
몇 달 꽃 피울 때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비유인 줄만 알았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 연한 물을 주고
긴 잠 깨어 안심할 때까지
장미가 말을 한다는 것도
도저히 믿지 않고 살았다. 
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
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
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
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

그러니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장미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어느 날쯤 못 들은 척, 또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 Robert Burns
내 사랑은 6월에 갓 피어난
빨간 한 송이 장미,
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
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
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
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
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 사아아디의 장미꽃 - 마르스린느 데보르드-발모르 
오늘 아침 당신에게 장미꽃을 갖다 드리고 싶어
꼭 매어진 허리띠에 장미꽃을 따 넣었습니다.
매듭이 너무 죄어서 더 꽂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땄습니다

그러나 매듭이 탁 터져 장미꽃들은 날아갔습니다.
바람을 타고 바다쪽으로 아주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파도는 장미꽃으로 붉게 보였습니다.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저녁은 아직도 내 옷에서 장미꽃의 향기가 맴돌고 있습니다.
내게서 나오는 장미꽃의 이 향기로운 추억을 맡아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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