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훈민가(訓民歌) - 송강 정철(松江 鄭澈)

효림♡ 2011. 10. 21. 08:35

* 훈민가(訓民歌) - 송강 정철(松江 鄭澈) 

*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분 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늘갓튼 가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
내의 셜운 일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 홈자 엇디 머그리.
*
형아 아애야 네 살할 만져 보아
뉘손듸 타 나관데 양재조차 가타산다
한 졋 먹고 길러나 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
*
어버이 사라신 제 셤길 일란 다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하리
평생(平生)애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
한 몸 둘혜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끠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 흘긔려 하나뇨.
*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다시,
사나희 녜는 길을 계집이 츠ㅣ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
네 아들 효경 닑더니 어도록 배홧나니
내 아들 쇼학은 모래면 마찰로다
어내 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
마을 사람들아 올한 일 하쟈스라
사람이 되어나셔 올치옷 못하면
마쇼를 갓 곳갈 씌워 밥머기가 다르랴.
*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야.
내의 왼 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울가.
*
어와 뎌 족해야 밥 업시 엇디할꼬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할꼬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
네 집 상사들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셔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
오날도 다 새거다 호믜 메고 가쟈사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여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머겨 보쟈사라.
*
비록 못 니버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 마라.
한적 곳 때 시른 후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
쌍육(雙六) 장기(將碁) 하지 마라 송사(訟事)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엇지,
나라히 법을 세오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랄 주오
나난 졈엇꺼니 돌히라 므거올까
늘거도 설웨라커든 지믈 조차 지실까. 

 

1. 부모의 은공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하늘 같은 끝없는 은덕을 어찌 더해 갚사오리.

2. 임금과 신하  
임금과 백성 사이 하늘과 땅이로되 나의 섧은 일을

다 아오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찐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3. 형제우애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라 뉘 손에 태어났관데

모습조차 꼭 같은가 한 젖 먹고 길러졌으니 딴 마음 먹지 마라. 

4. 자식의 효도 
어버이 살아계실 제 섬길 일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5. 부부일신 
한 몸 둘로 나눠 부부로 태어났다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어디서 망령의 가시 눈 흘기려 하는고.

6. 남녀유별 
여인네 가는 길을 사내가 돌아가듯 사내가 다니는 길을 계집이 비껴가듯
제 남편 제 계집 아니거든 이름 묻지 마오. 

7. 자제의 학문 
네 아들은 효경 읽더니 얼마나 배웠는가 내 아들 소학은 모래면 마치겠네
어느 때 이 두 책 배워 어질거든 보련다.

8. 사람의 도리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꾸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곧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

9. 장유유서 
팔목을 쥐시며는 두 손으로 받치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쫓으리라
연회석 파한 후에 모셔 가려 하노라.

10. 벗과 믿음 
남으로 생긴 중에 벗같이 신의 있으랴 나의 그릇된 일을 다 일러주려 하는구나 
이 몸에 벗님 곧 아니면 사람됨이 쉬울까.

11. 어려운 친척 간 도움 
아!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 할고 아! 저 아저씨 옷 없이 어찌 할고 
험한 일 다 말하여라 돌보고자 하노라.

12. 경조사 상부상조 
네 집 상사(喪事)에는 얼마나 차리느냐 네 딸의 서방은 언제나 맞추는가

내게도 없다마는 돌보고저 하노라.

13. 근로권농가 
오늘도 다 세겠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어 주마 오는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꾸나. 

14. 도적질 말라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뺐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빌지 마라
한 번 곧 때 묻은 후면 다시 씻기 어려우리.

15. 도박 쟁송하지 말라 
쌍윷 장기 하지 마라 송사 글월 하지 마라 집 망쳐 무엇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어찌 나라에 법을 세웠으니 죄 짓는 줄 모르는가.

 

16. 늙은이의 짐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다 하거늘 짐을 조차 지실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