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중방우인불우(雪中訪友人不遇) - 이규보(李奎報)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
바람아 불어서 땅 쓸지 마라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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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色白於紙 擧鞭書姓字
莫敎風掃地 好待主人至 *
* 신설(新雪) - 이언적(李彦迪)
오늘 아침 첫눈이 온 천지 가득하니
황홀히 넋을 잃고 수정궁에 앉았다네.
그 누가 내 사립문 섬계처럼 찾아 줄까
홀로 앞산 세밑의 소나무를 마주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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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雪今朝忽滿地 怳然坐我水精宮
柴門誰作剡溪訪 獨對前山歲暮松
몇 해를 도를 찾아 참된 성품 길렀나니
마음 경계 상쾌해라 티끌 먼지 하나 없네
안회의 단사표음(簞食瓢飮) 족함을 누가 알리
눈 덮인 시내와 산, 가난은 내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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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道年來養性眞 爽然心境絶埃塵
誰知顔巷一簞足 雪滿溪山我不貧 *
* 신설(新雪) - 이수광(李睟光)
하늘 나라 새롭게 옥수궁을 짓는지
구름 도끼 달 도끼로 뭇 장인들 애를 쓴다.
어지러이 바람 따라 눈이 되어 떨어져서
인간 세상 한 빛으로 온통 같게 단장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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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上新成玉樹宮 雲斤月斧役群工
紛紛落雪隨風下 粧點人寰一色同
* 신설(新雪) - 이숭인(李崇仁)
아득하여 활푸른 세밑의 하늘
첫눈이 이 산천에 두루 내렸네.
새들은 산중의 나무를 잃고
중은 돌 위의 샘물을 찾네.
굶주린 까마귀는 들 밖에서 우는데
언 버드나무는 시냇가에 누워 있네.
사람의 집이 어디 있는고
먼 숲에서 흰 연기 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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滄茫歲暮天 新雪遍山川
鳥失山中木 僧尋石上泉
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
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 *
* 영설(詠雪) - 이인로(李仁老)
千林欲暝已棲鴉 - 천림욕명이서아
燦燦明珠尙照車 - 찬찬명주상조거
仙骨共驚如處子 - 선골공경여처자
春風無計管光花 - 춘풍무계관광화
聲迷細雨鳴窓紙 - 성미세우명창지
寒引羈愁到酒家 - 한인기수도주가
萬里都盧銀作界 - 만리도로은작계
渾敎路口沒三叉 - 혼교로구몰삼차
-눈 내린 아침
숲은 모두 저물어 갈까마귀 깃드는데
찬란히 반짝이며 수레를 비추는 눈
신선도 놀랄 만큼 깨끗한 순수 세상
봄바람도 저 흰 꽃들은 어쩌지 못하네
가랑비 소리 창호지를 울리고
추위는 발걸음을 주막으로 이끄는데
온 천지 은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세상
동구 앞 세 갈래 길 허옇게 덮였네 *
* 영설(詠雪) - 정창주(鄭昌胄)
不夜千峯月 - 불야천봉월
非春萬樹花 - 비춘만수화
乾坤一點黑 - 건곤일점흑
城上暮歸鴉 - 성상모귀아
- 달과 꽃을 데리고 오는 눈
밤 아닌데 천 봉우리마다 달빛이요
봄 아닌데 만 그루에 꽃이 피었네
천지 사이 한 점의 검은 빛
저물녘 돌아가는 성 위 까마귀뿐
* 영설(詠雪) - 이색(李穡)
松山蒼翠暮雲黃 - 송산창취모운황
飛雪初來已夕陽 - 비설초래사석양
入夜不知晴了未 - 입야부지청료미
曉來銀海冷搖光 - 효래은해냉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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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푸르름에 저녁 구름 물들더니
눈발 흩날리자 이미 해는 저물었네.
밤 들면 혹시나 이 눈이 그칠려나
새벽엔 은빛 바다에 눈빛이 차갑겠지.
* 설후(雪後) - 이항복(李恒福)
雪後山扉晩不開 - 설후산비만불개
溪橋日午少人來 - 계교일오소인래
篝爐伏火騰騰煖 - 구로복화등등난
茅栗如拳手自煨 - 모율여권수자외
- 눈 내린 뒤
눈 내린 뒤 산 사립은 늦도록 닫혀 있고
개울물 다리는 한낮에도 인적이 없네
화로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기운들
알 굵은 산밤을 혼자서 구워 먹네 *
* 설후(雪後) - 유방선(柳方善)
臘雪孤村積未消 - 납설고촌적미소
柴門誰肯爲相敲 - 시문수긍위상고
夜來忽有淸香動 - 야래홀유청향동
知放寒梅第幾梢 - 지방한매제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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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인 채 안녹으니,
그 누가 사립문을 즐거이 두드리랴.
밤이 되어 홀연히 맑은 향이 전해 오니,
매화꽃이 가지 끝에 피었음을 알겠노라. *
* 설야(雪野) - 서산대사
踏雪野中去 -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 수작후인정
- 눈 덮인 들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
* 설후(雪後) - 소식(蘇軾)
風花誤入開春苑 - 풍화오입개춘원
雪月長臨不夜城 - 설월장림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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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꽃은 잘못 들어와 봄동산을 열었고,
눈과 달은 오래 머물러 불야성을 이루네.
* 설야독좌(雪夜獨坐) - 김수항(金壽恒)
破屋凉風入 - 파옥량풍입
空庭白雪堆 - 공정백설퇴
愁心與燈火 - 수심여등화
此夜共成灰 - 차야공성회
-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허술한 집에 싸늘한 바람 불어 들고
빈 뜰엔 흰 눈이 쌓이네
근심스런 내 마음과 저 등불은
이 밤 재가 다 되었네
* 설중방우(雪中訪友) - 정도전(鄭道傳)
눈 속에 말을 타고 한생을 찾아가니
문앞에 당도해도 눈은 아직 개질 않네
돌아가는 길에도 남은 흥을 타고 가리니,
풍류에 굳이 섬계의 옛일을 들먹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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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中騎馬訪韓生 - 설중기마방한생
直到門前尙未晴 - 직도문전상미청
返路也乘餘興去 - 반로야승여흥거
風流何似剡溪行 - 풍류하필섬계행
* 현재설야(縣齋雪夜) - 최해(崔瀣)
三年竄逐病相仍 - 삼년찬축병상잉
一室生涯轉似僧 - 일실생애전사승
雪滿四山人不到 - 설만사산인불도
海濤聲裏坐挑燈 - 해도성리좌도등
- 시골집의 눈 오는 밤
세 해의 귀양살이 병까지 들고 보니
한 칸 집에 사는 모습 스님과 비슷하다.
눈 덮인 사방 산엔 찾아오는 사람 없고
파도 소리 속에 앉아 등불 심지를 돋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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