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취나물 - 박성우

효림♡ 2013. 4. 3. 12:29

* 취나물 - 박성우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고사리와 취나물을 잔뜩 뜯어 오셨어요
머리엔 솔잎이 머리핀처럼 꽂혀 따라와
마루에서야 뽑아졌구요 어머니는
두릅이 죄다 쇠서 아깝다고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무심히 떠난 아버지를 중얼거렸는지 몰라요
가족사진에 한참이나 감전되어 있던 어머니가
취나물을 다듬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웬일인지 연속극을 보지 않으셨어요
왜 그랬을까요 어머니는
아버지 냄새에 취해 있었던 건 아닌지
느그 아부지는....느그 아부지는.....
취나물은 다른 때보다 아주 천천히 다듬어졌어요
느그 아부지는 취나물을 별시랍게도 좋아혔는디,
어머니가 갑자기 훌쩍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러게 취나물은 뭣허러 뜯어와서 그려요,
그런 어머니가 미워서 나는 방을 나왔어요
사실은 나도 울 뻔했으니까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내일 아침상에 올라온 취나물은 쳐다도 안 볼 거라고,
별들도 이 악물고 견디고 있었어요 *


* 박성우시집[거미]-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