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별 - 이정록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라는 은하수와
이삭 별자리가 출렁인다
알 톡 찬 볍씨 하나가
밥이 되어 숟가락에 담길 때
별을 삼키는 것이다
밤하늘 별자리를
통째로 품는 것이다 *
* 이정록시집[제비꽃 여인숙]-민음사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0) | 2013.10.10 |
---|---|
저녁의 운명 - 이병률 (0) | 2013.10.10 |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0) | 2013.09.30 |
세상에! 보고픈 당신 - 성기완 (0) | 2013.09.28 |
측백나무가 없다 - 문태준 (0) | 2013.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