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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별 - 이정록

효림♡ 2013. 10. 4. 09:10

* 흰 별 - 이정록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라는 은하수와
이삭 별자리가 출렁인다

 

알 톡 찬 볍씨 하나가
밥이 되어 숟가락에 담길 때
별을 삼키는 것이다

 

밤하늘 별자리를
통째로 품는 것이다 *

 

* 이정록시집[제비꽃 여인숙]-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