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말 - 정지용

효림♡ 2013. 12. 27. 13:56

* 말 1 - 정지용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웨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이말은 누가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

 

* 말 2 

청대나무 뿌리를 우여어차! 잡어 뽑다가 궁둥이를 찌였네.
짠 조수물에 흠뻑 불리워 휙 휙 내둘으니 보라ㅅ빛으로 피어오른 하늘이 만만하게 비여진다.
채축에서 바다가 운다.
바다 우에 갈매기가 흩어진다.

오동나무 그늘에서 그리운 양 졸리운 양한 내 형제 말님을 잦어갔지.
[형제여, 좋은 아침이오.]
말님 눈동자에 엇저녁 초사흘달이 하릿하게 돌아간다.
[형제여 뺨을 돌려 대소. 왕왕.]

말님의 하이한 이빨에 바다가 시리다.
푸른 물 들뜻한 언덕에 해ㅅ살이 자개처럼 반쟈거린다.
[형제여,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사랑이 부질없오라.]

바다가 치마폭 잔주름을 잡어 온다.
[형제여, 내가 부끄러운데를 싸매였으니
 그대는 코를 불으라.]

구름이 대리석 빛으로 퍼져 나간다.
채축이 번뜻 배암을 그린다.
[오호! 호! 호! 호! 호! 호! 호!]

말님의 앞발이 뒤ㅅ발이요 뒤ㅅ발이 앞발이라.
바다가 네귀로 돈다.
쉿! 쉿! 쉿!
말님의 발이 여덜이오 열여섯이라.
바다가 이리떼처럼 짓으며 온다.

쉿! 쉿! 쉿!
어깨우로 넘어닷는 마파람이 휘파람을 불고
물에서 뭍에서 八月이 퍼덕인다.

[형제여, 오오, 이 꼬리 긴 英雄이야!]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곱슬머리가 자랑스럽소라! *

 

* 말 3

까치가 앞서 날고,
말이 따러 가고,
바람 소올 소올, 물소리 쫄 쫄 쫄,
六月하늘이 동그라하다, 앞에는 퍼언한 벌,
아아, 四方이 우리 나라 라구나.
아아, 우통 벗기 좋다, 휘파람 불기 좋다. 채칙이 돈다. 돈다, 돈다, 돈다.
말아,
누가 났나? 늬를. 늬는 몰라.
말아,
누가 났나? 나를, 내도 몰라.
늬는 시골 듬에서
사람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살고
내사 대처 한복판에서
말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다 잘았다.
시골로나 대처로나 가나 오나
량친 몬보아 스럽더라.
말아,
멩아리 소리 쩌르렁! 하게 울어라,
슬픈 놋방울소리 마춰 내 한마디 할라니.
해는 하늘 한복판, 금빛 해바라기가 돌아가고,
파랑콩 꽃타리 하늘대는 두둑 위로
머언 힌 바다가 치여드네.
말아,
가자, 가자니, 古代와같은 나그내ㅅ길 떠나가자.
말은 간다.
까치가 따라온다. *

* 정지용 전집 1 시 -민음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