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눈물 시 모음

효림♡ 2014. 2. 28. 21:10

*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 눈물 - 한용운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미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은 피를 홍보석(紅寶石)이라고 하는 사람보다도, 더 미친 사람입니다.
그것은 연애에 실패하고 흑암(黑闇)의 기로(岐路)에서 헤매는 늙은 처녀가 아니면, 신경이 기형적으로 된 시인의 말입니다.
만일 눈물이 진주라면 님이 신물(信物)로 주신 반지를 내놓고는, 세상의 진주라는 진주는 다 티끌 속에 묻어버리겠습니다.

나는 눈물로 장식한 옥패(玉佩)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평화의 잔치에 눈물의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본 사람 가운데는, 눈물을 진주라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어요, 님의 주신 눈물은 진주 눈물이어요.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떠날 때까지, 님을 위하여 진주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아아 나는 날마다 날마다 눈물의 선경(仙境)에서 한숨의 옥적(玉笛)을 듣습니다.
나의 눈물은 백천(百千) 줄기라도, 방울방울이 창조입니다.

눈물의 구슬이여, 한숨의 봄바람이여, 사랑의 성전(聖殿)을 장엄(莊嚴)하는 무등등(無等等)의 보물이여.
아아 언제나 공간과 시간을 눈물로 채워서 사랑의 세계를 완성할까요. * 

 

* 눈물 - 도종환 
마음 둘 데 없어 바라보는 하늘엔


떨어질 듯 깜빡이는 눈물 같은 별이 몇 개


자다 깨어 보채는 엄마 없는 우리 아가


울다 잠든 속눈썹에 젖어 있는 별이 몇 개 *

 

* 눈물 - 문인수 
곤충채집을 할 때였다
물잠자리, 길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
그 길에 취해 가면 오 리 길 안쪽에
내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누님이
날 업어 키운 큰누님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컨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시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몽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 눈물 - 류시화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이 환하다
누가 등불 한 점을 켜놓은 듯
노오란 민들레 몇 점 피어 있는 듯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민들레밭에
내가 두 팔 벌리고
누워 있다
눈썹 끝에
민들레 풀씨 같은
눈물을 매달고서
눈을 깜박이면 그냥
날아갈 것만 같은

 

* 서귀포 - 이홍섭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

* 이홍섭시집[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세계사

 

* 눈물 부처 -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

 

* 눈물 - 이해인 
새로 돋아난
내 사랑의 풀숲에
맺히는 눈물

나를 속일 수 없는
한 다발의
정직한 꽃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간절한 빛깔로
기쁠 때 슬플 때 피네

사무치도록 아파 와도
유순히 녹아 내리는
흰 꽃의 향기

눈물은 그대로
기도가 되네

뼛속으로 흐르는
음악이 되네

 

* 눈물 - 이정하

날마다

나는 말라가고 있다


눈물이 흐른다

물기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내 영혼의 가벼워짐


그런데

몸은 왜 이리 무거운가

왜 자꾸만 가라앉는가.

 

* 흔적 - 이정하

칼국수를 먹다가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유난히 칼국수를 좋아했던 그대였기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다가도
그대가 떠올라 눈물 글썽입니다.
유난히 그대가 즐겨 듣던 곡이었기에.
나는 이제 그대가 좋아하는 음식,
그대가 좋아하는 음악,
그대가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이제는 어느덧 그대가 좋아하는 것만이 아닌
내게도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되어 있는 온갖 것들.
그것들이 그대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주다가
그대를 더욱 생각나게 하는 추억이 되어
내게 눈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눈물 - 김혜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

 

* 눈물을 위하여 - 고재종 
저 오월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 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저렇듯 굽이굽이, 제 세월의 피를 흐르는
강물의 기인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 그대 이윽고 강둑에 우뚝 나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 드는 그대의
두 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등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 끝 저 멀리로 눈 드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나 되고 싶다 

 

* 사랑에게 - 정호승
나의 눈물에는 왜 독이 들어 있는가
봄이 오면 봄비가 고여 있고
겨울이 오면 눈 녹은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줄 알았더니
왜 나의 눈물에는 푸른 독이 들어 있는가
마음에 품는 것마다
다 독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사랑이여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더 이상 나의 눈물이
당신의 눈물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독극물이 든 검은 가방을 들고
가로등 불빛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며
더 이상 집 앞을
서성거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살아간다는 것은 독을 버리는 일
그 동안 나도 모르게 쌓여만 가던 독을 버리는 일
버리고 나서 또 버리는 일
눈물을 흘리며
해독의 시간을 맞이하는 일 *
 

* 문태준엮음[포옹,당신을 안고 내가 물든다]-해토

 

* 곡비(哭婢) - 문정희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 엄마는

곡(哭)을 팔고 다니는 곡비(哭婢)였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고

그네 울음에 꺼져버린 땅 밑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 먹고살았다

그네의 허기 위로 쏟아지는 별똥 주워 먹으며

까무러칠 듯 울어대는 곡(哭) 소리에

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

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

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일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

옥례 엄마 머리 위에

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

알아야 하리 *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

* 함민복시집[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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