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난초(蘭草) - 서정주

효림♡ 2014. 6. 4. 15:19

* 난초(蘭草) - 서정주

하늘이

하도나

고요하시니

 

난초는

궁금해

꽃 피는 거라 *

 

* 밤에 핀 난초(蘭草)꽃 

한 송이 난초꽃이 새로 필 때마다

돌들은 모두 금강석(金剛石)빛 눈을 뜨고

그 눈들은 다시 날개 돋친 흰 나비 떼가 되어

은하(銀河)로 은하로 날아 오른다.

 

* 바위와 난초(蘭草)꽃  

바위가 저렇게 몇千年씩을

침묵으로만 웅크리고 앉아 있으니

蘭草는 답답해서 꽃피는거라.

답답해서라기보단도

李道令을 골랐던 春香이 같이

그리루 시집이라도 가고파 꽃피는거라.

歷史 表面의 市場같은 行爲들

귀시끄런 言語들의 公害에서 멀리 멀리

고요하고 영원한 참목숨의 江은 흘러

바위는 그 깊이를 시늉해 앉았지만

蘭草는 아무래도 그대로는 못 있고

"야" 한마디 내뱉는거라.

속으로 말해 나즉히 내뱉는거라.

 

* 고향난초(故鄕蘭草)

내 고향 아버님 산소 옆에서 캐어온 난초에는
내 장래를 반도 안심 못하고 숨 거두신 아버님의
반도 채 다 못감긴 두 눈이 들어 있다.
내 이 난초 보며 으시시한 이 황혼을
반도 안심 못하는 자식들 앞일 생각타가
또 반도 눈  안 감기어 멀룩 멀룩 눈감으면
내 자식들도 이 난초에서 그런 나를 볼 것인가.

아니, 내 못 보았고, 또 못볼 것이지만
이 난초에는 그런 내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눈,
또 내 아들과 손자 증손자들의 눈도
그렇게 들어 있는 것이고, 들어 있을 것인가. *

 

* 난초 잎을 보며 

그늘과 고요를 더 오래 겪은 난초 잎은
훨씬 더 짙게 푸른 빛을 낸다.
선비가 먹을 갈아 그리고 싶게 되었으니
영원도 인젠 아마 그 호적에 넣을 것이다.


가난과 괴로움을 가장 많이 겪은 우리 동포들은
가장 깊은 마음의 수심을 가졌다. 
하늘이라야만 와서 건넬만큼 되었으니
하늘이 몸 담는 것을 잘 보게 될 것이다.


난초 잎과 우리 어버이들의 마음을 함께
보고 있으면
인류의 오억삼천이백만년쯤을
우리는 우리의 하루로 하고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도 한 개자(芥子)씨는 개자씨겠지만
이 세상 온갖 개자씨들의 매움을 요약(要約)해 지닌
더 없이 매운 개자씨이고자 한다. *
-개자씨 -겨자씨와 갓씨의 통칭

 

* 한란(寒蘭)을 보며

陰十月엔 寒蘭꽃도 기러기 다 되어

두마릿식 세마릿식 나는 시늉도 한다만은

푸른 蘭草잎은 늘 잘 구부러져

곧장 가버리지말고 돌아오라 하지 않느냐?

蘭香처럼 잘 휘여 고향 벼개 맡으로

돌아와 사는 것은 가장 옳거니

性急하여 平壤 간 아이 뺑 한바퀴 돌아서

모다 돌아 오너라, 돌아 와 살아라.

 

* 곡(曲)

곧장 가자 하면 갈수 없는 벼랑 길도

굽어서 돌아가기면 갈수 있는 이치를

겨울 굽은 난초잎에서 새삼스레 배우는 날

무력(無力)이여 무력(無力)이여 안으로 굽기만 하는

내 왼갖 무력(無力)이여

하기는 이 이무기 힘도 대견키사 하여라. *

* 서정주시집-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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