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엄마의 런닝구 - 배한권 

효림♡ 2014. 6. 23. 18:21

* 꾸중 - 정호승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움큼 뽑아 길에 뿌렸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호승아 하고 나를 부르더니
내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니는 누가 니 머리카락을 갑자기 뽑으면 안 아프겠나
말은 못 하지만 이 소나무가 얼마나 아프겠노
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
예, 알았심더
나는 난생처음 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눈물이 글썽했다 *

 

* 엄마의 런닝구 - 배한권 

작은누나가 엄마 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 개 사라 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 보인다고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멍이 콩만 하게

뚫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대지비만 하게 뚫어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쭉 쨌다.  

 

엄마는

와 이카노.

너무 째마 걸레도 못 한다 한다.

엄마는 새 걸로 갈아입고

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

두 번 더 입을 낀데 한다. *

 

* 오줌싸개 지도 - 윤동주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

 

* 용서를 받다 - 박성우

짝이 돈을 잃어버렸다

몇 번이고 같이 찾아보았지만

잃어버린 돈은 나오지 않았다


날 의심하는 거야?

너 아니면 가져갈 사람이 없잖아!

짝이 엉뚱하게도 나를 의심했다

아니라고 부정할수록 자존심만 구겨졌다


하늘이 백 조각 나도 나는 결백하다


기어이 교무실까지 불려 가고 말았다

담임 선생님도 나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준다며

너그럽게 다그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고

이를 앙다물고 참아도 눈물이 났다


내 짝은 우리 반 일 등에다가

모든 선생님들께 예쁨을 받는 애니까


어이없게도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용서를 받았다 *

 

*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2 - 권정생

도모코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이 학년인 도모꼬가

일 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 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코는 나중에 정생이한테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도모코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 싫어요!


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코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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