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씨앗을 받으며 - 허영자

효림♡ 2014. 9. 27. 21:18

* 씨앗을 받으며 - 허영자


 

가을 뜨락에

씨앗을 받으려니

두 손이 송구하다

 

모진 비바람에 부대끼며

머언 세월을 살아오신

반백의 어머니, 가을 초목이여


나는

바쁘게 바쁘게

거리를 헤매고도


아무

얻은 것 없이

꺼멓게 때만 묻어 돌아왔는데


저리

알차고 여문 황금빛 생명을

당신은 마련하셨네


가을 뜨락에

젊음이 역사한 씨앗을 받으려니

도무지

두 손이 염치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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