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대칭이 나를 안심시킨다 - 강신애

효림♡ 2014. 10. 10. 20:24

* 대칭이 나를 안심시킨다 - 강신애

 

어머니의 방과

나의 방은

쌀이랑 과일이랑* 가게를 중심으로 대칭이다

 

어머니는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딸의 불안을 감시하러 들락거리시고

 

나는

껍데기뿐인 생을 공글려

어머니의 불안을 보살피러 들락거린다

 

화투로 하루의 운을 떼보는 母와

신문 '오늘의 운세'를 보는 女

 

발이 상처나면 쉽게 썩어버리는 당뇨인데

예쁜 구두만 고집하는 母와

거꾸로 매달려 살아도

뾰족구두만 고집하는 女

 

쌀이랑 과일이랑 가게에서 대칭인 무료함

쌀이랑 과일이랑 가게에서 대칭인 공범자

쌀이랑 과일이랑 가게에서 대칭인 일몰의 자화상

 

너무 사랑하여

千歲不變,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알 같은

판박이의 경지

 

듬성듬성 상처난 어머니의 자궁과

잉태를 꿈꾸는 나의 자궁도 대칭이다 *

 

* 가게이름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 3]-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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