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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효림♡ 2015. 2. 27. 09:00

*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 무슨 일을 하고 싶다.
-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

 

* 평온한 날의 기도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양지 바른 창가에 앉아
인간도 한 포기의
화초로 화하는
이 구김살 없이 행복한 시간
주여
이런 시간 속에서도
당신은 함께 계시고
그 자애로우심과 미소지으심으로
우리를 충만하게 해 주시는

은총을 깨닫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시고
강물 같이 충만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게 하십시오.
순탄하게 시간을 노젓는
오늘의 평온 속에서
주여
고르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당신의 나라로 향하게 하십시오.
3월의 그 화창한 날씨 같은 마음 속에도
맑고 푸른 신앙의 수심(水深)이 내리게 하시고,
온 천지의 가지란 가지마다
온 들의 푸성귀마다
움이 트고 싹이 돋아나듯
믿음의 새 움이 돋아나게 하여 주십시오.

 

* 가을의 기도
주여
오늘은
거두어 들이기에 바쁜
가을입니다.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심이
이처럼
엄청납니다.
이제 온
세상은 추위와 얼음과 눈으로
덮이고
눈보라가 길을 가다 막아도
우리들에게는
따뜻한 거처와
솜옷과 더운 물이
주어지고
불의 요정들이
훈훈한 공기로 감싸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심이
이처럼
엄청납니다.
주여
이 크신 은총과
자비로움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아침의 기도와
한밤의 묵상으로
사랑의 물길을 자아올리게 하시고
위으로 주신 것을
위으로 돌리며
이웃을 위하여 나눠가짐으로
베푸어주신 분에게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또한
주여
얼음과 눈보라 속에도
꺼질 줄 모르는
믿음의 불길을 활활 피워 올려
생명의 촛대마다
심령의 종소리가
크리스마스 새벽을 알리게 하시고
하늘나라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혀와
당신을 숨쉴 수 있는 코와
슬기로운 눈을 베풀어 주시고
드디어
주께서 거두어 들이시는
광우리에
알찬 열매로 담기게 하옵소서.
할렐루야.

 

* 내리막길의 기도

오르막길이 숨 차듯
내리막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도
그것으로
초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 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 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下旬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욱마다
全力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