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달팽이의 생각 - 김원각

효림♡ 2015. 8. 13. 09:00

* 달팽이의 생각 - 김원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

 

* 남해 보리암에서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

 

* 한 몸 

행복과 불행은 한 지붕 두 얼굴

불행을 쫓아내면 행복도 따라간다

두 가닥

잘 꼬인 새씨줄

마음 단단히 묶는 법 *

 

* 외상값

이 씨 구멍가게 외상 술값 갚은 날
뒷짐 지고 마당에 나와 쳐다보는 별빛이여
이 값은 얼마나 될까
오 년째 외상인데 *

 

* 민박

산 속 허름한 집 방문 열고 들어서니

메뚜기 한 마리가 먼저 와 쳐다보네

반갑다

나도 혼자다

숙박비는 내가 낼게 *

 

* 별곡

법당에 날아든 참새, 부처 어깨에 앉았다

그래, 중생은 다 오라 부처는 미소짓고

주지는 장삼을 흔들며 훠이 훠이 내쫓고 있다. *

 

* 내 사랑은

꽃 피는 봄밤에도 낙엽 지는 가을에도

그대에게 보내는 사랑 시 한 편 못 썼네

내 사랑 상처가 많아서

생각 끝이 아파서 *

 

* 달 도둑

도둑이 창에 걸린 달 그냥 두고 갔다며 

료칸*이 빈방에 앉아 바라보던 둥근 저 달 

훔친들 

둘 곳 있겠냐 

그래서 그냥 갔나보다  

*료칸(良實)-일본 선사, 하이쿠 시인 

 

* 김원각시집[달팽이의 생각]-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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