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내 살던 뒤안에 - 정양

효림♡ 2016. 5. 22. 09:00

* 내 살던 뒤안에 - 정양

 

참새떼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들고
감꽃들이
새소리처럼 깔려 있었다
 
아이들의 손가락질 사이로
숨죽이는 환성들이 부딪치고
감나무 가지 끝에서 구렁이가
햇빛을 감고 있었다
 
아이들의 팔매질이 날고
새소리가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치잉칭 풀리고 있었다

햇살같은 환성들이

비늘마다 부서지고 있었다

 

아아, 그때 나는 두근거리며

팔매질당하는 한 마리

구렁이가 되고 싶었던가.....

꿈자리마다 사나운

몰매 내리던 내 청춘을

몰매 속 몰매 속 눈감은 틈을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햇살이, 빛나는 머언

실개울이 환성들이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익은 흙담을 끼고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가뭄 타는 보리밭 둔덕길을 허물며

팔매질하며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감나무 푸른 잎새 사이로

두근거리며 감꽃들이 피어 있었다 *

 

* 정양시집[까마귀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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