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나물 - 백석
삼수갑산 높은 산을 내려
홍원 전진 동해바다에
명태를 푸러 갔다 온 처녀,
한달 열흘 일을 잘해
민청상을 받고 온 처녀,
삼수갑산에 돌아와 하는 말이─
"산수갑산 내 고향 같은 곳
어디를 가나 다시 없습데,
홍원 전진 동태 생선 좋기는 해도
삼수갑산 갓나물만 난 못합데."
그런데 이 처녀 아나 모르나.
한달 열흘 고향을 난 동안에
조합에선 세톤짜리 화물자동차도 받아
내일 모레 쌀과 생선 실러 가는 줄,
내일 모레 이 고장 갓나물 실어 보내는 줄.
삼수갑산 심심 산골에도
쌀이며 생선 왕왕 실어 보내는
크나큰 그 배려 모를 처녀 아니나,
그래도 제 고장 갓나물에서
더 좋은 것 없다는 이 처녀의 마음.
삼수갑산 갓나물같이 향기롭구나─
* 백석전집-실천문학사,1997
* 박각시 오는 저녁 -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나무 - 정희성 (0) | 2016.06.02 |
---|---|
내 살던 뒤안에 - 정양 (0) | 2016.05.22 |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 김명인 (0) | 2016.04.26 |
지나가네 - 나호열 (0) | 2016.04.22 |
그래서 즐거웠는지 - 정현종 (0) | 201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