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갓나물 - 백석

효림♡ 2016. 5. 9. 19:15

* 갓나물 - 백석

삼수갑산 높은 산을 내려

홍원 전진 동해바다에

명태를 푸러 갔다 온 처녀,

한달 열흘 일을 잘해

민청상을 받고 온 처녀,

삼수갑산에 돌아와 하는 말이 

 

"산수갑산 내 고향 같은 곳

어디를 가나 다시 없습데,

홍원 전진 동태 생선 좋기는 해도

삼수갑산 갓나물만 난 못합데."

 

그런데 이 처녀 아나 모르나.

한달 열흘 고향을 난 동안에

조합에선 세톤짜리 화물자동차도 받아

내일 모레 쌀과 생선 실러 가는 줄,

내일 모레 이 고장 갓나물 실어 보내는 줄. 

삼수갑산 심심 산골에도

쌀이며 생선 왕왕 실어 보내는

크나큰 그 배려 모를 처녀 아니나,

그래도 제 고장 갓나물에서

더 좋은 것 없다는 이 처녀의 마음.

삼수갑산 갓나물같이 향기롭구나─

* 백석전집-실천문학사,1997

 

* 박각시 오는 저녁 -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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