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봄눈 - 정호승

효림♡ 2016. 2. 14. 09:00

* 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

 

* 북촌에 내리는 봄눈 - 정호승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짜장면 냄새가 난다

봄눈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짜장면 배달 가는 소년이 골목 끝에서

천천히 넘어졌다 일어선다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봄이 없다

내려앉아야 할 지상의 봄길도 없고

긴 골목길이 있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나는 오늘 봄눈을 섞어 만든 짜장면 한 그릇

봄의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울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어한 아버지를 위하여

봄눈으로 만든 짜장면을 먹고

넘어졌다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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